요즘 초등학생은 내가 어릴 때 국민학생과 많이 다르다. 물론 시대가 그만큼 변하기는 했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에 가르치던 아이들과 비교를 해봐도 성적과는 별개로 아는 것도 참 많고 똑똑하다.
작년 어느 여름날 수업 준비를 위해 쉬는 시간에 들어갔던 다른 선생님의 강의실에서 정말 나는 빵 터졌다. 너무 웃겨서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우리 학원은 중, 고등학교처럼 선생님이 각자 자기 시간표대로 강의실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쉬는 시간에 미리 들어가서 수업 준비를 하는데 전 시간에 수업한 반에서 학생 중 누군가가 화이트보드에 낙서를 해 놓았길래 지우려 하고 있었는데 4학년 여학생의 한마디에 모두깔깔거리며 웃었다.
"아이고, 우리 엄마 속상하게 누가 낙서를 해도 저렇게 그렸냐? 우리 엄마 주식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온통 새파랗네."
누군가 화이트보드에 파란색 마커로 이런 그래프 모양의 낙서를 해 놓았었다.
이 한마디에 강의실에 있는 모두가 빵 터졌는데 웃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낙서를 이해 못 한 사람이 아무도 없고 여학생의 농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알고 웃는다는 상황이 참 놀라웠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다들 주식의 하락과 상승장의 색깔을 알고 웃은 것이다.
나도 아들 명의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고 빨간색과 파란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을 해 주기는 했지만 그 당시 반에서도 각자 자기 명의로 된 계좌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2명 정도 있었고, 계좌가 없더라도 부모님의 주식거래를 곁에서 보면서 아이들이 어깨너머로 배워서 다들 그 농담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내가 그 나이에는 주식은 관심도 없었고 부모님 역시 나에게 재테크에 대해 알려주시려고 시도조차도 안 하셨는데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큰별쌤최태성 선생님의 특별 강연에 아들과 함께 참석해서 역사 강의를 들으러 갔었다.
"이완용이 나라를 판 대가로 얼마를 벌었는지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해보면 약 100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완용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이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단체로 뭐라고 대답을 했을까?
"재테크해야죠. 부동산 투자했겠죠."
최태성 선생님 포함 강연장의 모든 학부모가 다들 폭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답을 맞혔다. 이완용이 그 돈으로 전라도의 땅을 다 사서 땅부자가 된 것이었다. (우리 아들의 대답은 주식 투자였다. )
굳이 선생님이 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대부분의 아이들이 답을 알고 있었다.
중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다. 내가 국민학생 때 돈 벌면 부동산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나 했을까? 그때는 그저 시간 나면 놀이터 가서 놀고 엄마가 짜준 학원 시간표에 맞춰서 학원이나 다닐 줄 알았지 재테크 따위는 관심도 없었고 그럴 돈도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돈이 있어서 재테크를 한다는 대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경제교육을 일찍부터 받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어렵지 않게 경제관념을 익히고 자신의 재무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새워나갈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조금 염려되는 부분은 너무 일찍 돈이 최고라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적당히 완급을 조절해주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