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이 부분은 학생들이 모르는 게 있겠다' 싶은 촉이 올 때가 종종 있다.
분명히 질문이 나와야 하는 타이밍인데 아무도 질문을 안 하고 그냥 조용히 앉아있을 때도 있고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은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참지 않고 바로바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모르는걸 그냥 넘어가고 집에서 숙제할 때 엄마한테 스트레스 풀지 말고수업시간에 해결하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5%의 학생들은 절대로 질문을 안 한다. 그리고 나머지 5%, 즉 수업시간에 의문이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수업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아이들이 질문을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본인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선생님이나 같은 반 다른 학생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질문 없이 100% 이해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다 알고 있으면 학원에 굳이 돈 내고 배우러 올리가 없지 않겠는가!
아이들은 틀리는걸 두려워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물론 안 그런 학생도 있지만 보통은 본인의 오답을 공개하면서 '이문제는 왜 틀렸는지 모르겠어요'
'그 부분은 이해가 안 가니까 다시 설명해 주세요'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집에 가서는 어렵다 몰라서 숙제 못하겠다고 엄마에게 징징거려봤자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 아닌 이상 해결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런 저자세가 공부에 제일 안 좋다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적극적으로 괴롭혀도 되고, 중간에 선생님 말 끊어도 되니까 질문 좀 하라고 해도 5%의 몇몇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아예 질문을 안 한다. 학교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학원에서 만이라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이런 분위기를 피한다.
성격 탓이 아닌 건 분명히 알 수 있다. 수업 시간에 딴소리하면서 선생님하고 수다 떠는 건 좋아하면서 너도나도 할 말이 많은 아이들이 이상하게도 내가 수업 중간에 질문 없냐고 묻거나, 모르는 거 있으면 다시 설명해 준다고 말하면 대답도 안 하거나 아니면 괜찮다고 한다. 각 반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서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대답이 바로 '괜찮아요'이다.
괜찮은 상황이 아닌걸 내가 아는데 무조건 괜찮다면서 내가 묻는 것도 귀찮아하고 본인이 질문하는 건 더욱 꺼린다. 그래서 내가 설명을 더 자세히 해주면 결과적으로 나만 말이 길어지고 많아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가 늘어지게 되고 지루해진다.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 여건상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고 서로 토론을 해 보는 게 습관이 되어있지 않고 어쩌다 한번 질문하면 주변의 시선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 주저하고 피하게 된다. 기계도 워밍업이 필요하듯이이런 습관을 고쳐주려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 유도를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슬슬 반응이 오는데 각 반마다 유독 1-2명 정도는 내가 뭘 해도 반응이 없고 친구들이 수업에 참여를 해도 동조도 안 하고 정말 쥐 죽은 듯이 앉아만 있다가 가는 학생도 있다. 학부모 상담 때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업 재미있다며 학원가는 것도 좋다고 한다는데 수업 시간에 미동도 안 하는 아이가 뭐가 어떻게 좋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