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웃어넘길 소소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추가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여러 집들이 대부분 여행을 많이 가는 바람에 학원 수업을 결석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마침 학교 겨울방학에 우리 학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원들도 연말에 2-3일 정도의 짧은 학원방학에 들어갔는데 보통은 학생들이 이 기간에 여행을 많이 가는 편이다. 학원 수업을 빼고 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대부분의 학원들이 공통적으로 연말에 방학에 들어가니까 이때 많이들 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선생님 저 27일 하고 29일에 여행을 가서 학원 결석이에요." 학생 중 한 여학생이 미리 결석이라고 통보를 해 주었다.
"응. 알겠어. 어차피 29일은 학원 방학이라 수업이 없고 그럼 27일은 수업 빠지는 걸로 알고 있을게."
삼 남매가 셋다 우리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동생들의 담당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여행 가서 결석이라고 해당일에 전달하려고 다이어리에 기재를 해놨다.
27일에 여행을 간 학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과 수업 1교시를 마친 후 쉬는 시간에 나는 화이트보드에 숙제를 쓰고, 아이들은 방학 일정에 대해 서로서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누가 강의실 문을 잠깐 열었다 닫길래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나는 발만 봤고 얼굴을 못 봐서 정확하게 누군지 인지가 안 된 상황이었다.
"선생님 Andrew 아니에요?"
"응? 그럴 리가. 지난주에 Ella가 여행 간다고 미리 말해줬잖아. 그래서 오늘 결석했고. 누나가 여행 갔는데 Andrew 가 학원을 올 리가 없잖아."
"저도 여행 간다고 들었는데 방금 문 열었던 아이가 Andrew인데요? 선생님 여행을 따로 다니는 집도 있어요?"
아이들이 오히려 내게 되묻는다.
나도 황당했지만 아이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글쎄... 보통 여행 가면 다 같이 가지 않니? 너희들 여행 갈 때 동생 떼놓고 엄마랑 둘이 간 적 있어?"
"아니요. 저희 집은 온 가족이 다 같이 가는데요"
이렇게 우리끼리 설왕설래하는 동안 다시 문이 열렸고 논란의(?) 당사자 Andrew 가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등장했다.
"어? 너 여행 안 갔어? 누나가 여행 간다고 미리 말했는데 아니야? 혹시 여행 일정이 변경됐니?"
"아니요. 누나는 여행 간 거 맞아요. 엄마랑 누나만 일본 갔어요. 아빠랑 저랑 동생은 안 가고 집에 있어요."
나를 포함해 다들 한 5초 정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서로 얼굴만 멍하니 쳐다봤다.
그 어색한 침묵이란...
"아, 그렇구나. 선생님은 누나가 지난주에 여행 간다고 해서 셋다 결석인 줄 알았어."
다른 아이들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서로 쳐다만 보는 상황에서 더 말을 꺼냈다가는 Andrew 도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길래 재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선생님반에 오늘 결석이 많네. Ella 안 왔어요?"
강의실을 나왔는데 원장님께서 묻는다.
"네. 여행 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동생들은 다 나왔어요."
"네? Ella가 여행을 갔는데 동생들은 학원에 나왔어요?"
원장님도 똑같이 나에게 되묻는다. 아마도 아이들과 같은 생각으로 물어보신 것 같다.
"동생들은 안 가고 집에 있다고 해요."
뭐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온 가족이 함께 가지 못했겠지 싶었다. 생각해보니 옛날에 내가 수능 끝나고 우리 식구들도 동남아로 여행을 갔는데 아빠만 함께 가지 못했다. 우리가 여행 가기로 했던 날과 아빠가 사려고 점찍어 두었던 땅의 법원 경매가 있는 날의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우리도 아빠만 빼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요즘에는 여행 간다고 하면 대부분은 온 가족이 같이 가는 분위기여서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각자 사정이 있으니까 같이 못 갔을 터인데, 그런 사정을 어른인 나는 이해하지만 당사자인 아이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아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같이 못 간 아이의 심정은 더 속상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