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께서 아무리 생각해도 애들도 몇 명 안 되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며 1월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합쳐서 한 반으로 수업을 해야겠다고 결정하셨고 미쳐 마무리가 안 된 교재들은 따로 보충을 해주기로 한 후 이번 달부터 반이 다시 원래대로 합쳐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 중 한 분이 왜 갑자기 8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냐며 컴플레인을 걸었다.
심지어 그 어머님은 아이를 우리 학원에 5년을 보내신 분이고 원래 한 반의 정원이 12명인 걸 모르지 않았다.
학원 규정상 한 반의 정원이 12명이긴 하지만 보통은 10명으로 정원을 맞추는 편이고 이마저도 정원이 꽉 차는 반은 사실 한반도 없다. 이 불경기에 애들이 그렇게 꽉 들어차게 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왜 합반을 결정했냐, 8명은 너무 많은 거 아니냐며 불평을 하시는데 애초에 소수정예 학원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태세전환을 하시니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4명만 수업을 해왔으니 그룹과외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셨다가 원래대로 반이 합쳐진다고 하니 심기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다.
반 인원 구성은 학원에서도 되도록이면 조정을 하는 편이다. 소수 정예 수업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한 반에 아이들이 꽉 차는 걸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많아지면 본인이 그만큼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수업시간에 컨트롤해야 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꽉 찬 반에서 수업을 했다면 선생님들의 불만이 없을 테지만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확장오픈한 이후 곧바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학원은 그동안 아이들이 반마다 꽉 차있지 않았다.
심한 반은 학생은 한 명인데 선생님만 셋이 강의를 한 반도 있었다. (어학원은 각 과목별로 가르치는 담당 선생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학생도 선생님 셋이서 자기만 바라보고 학원에서 독과외를 일 년 동안 하더니 일 년이 지나고 반에 한 두 명씩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자마자 학원을 옮겼다. 흔히 말하는 Cherry Picker였다.(얼마나 현명한 소비생활인가!)
그런데 문제는 선생님이 5인 이상인 학원은 반에 이런 식으로 정원 모집이 안 되면 출혈이 크다. 게다가 우리 학원은 원어민 선생님만 3명이다. 그만큼 지출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반에 학생이 3-4명 있는 것 만으로는 유지가 안된다.
이러한 내부 사정을 당연히 학부모들은 모르고 있고,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사실은 알 필요가 없다.
그건 너네 사정이고!
학원에 타격이 생기든 말든 그냥 우리 딸 반은 소수정예로 인원 맞춰달라고 떼를 쓰는 학부모도 실제로 있다. 그래서 그 반은 결국은 4명 이상은 집어넣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이 학부모의 갑질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아들의 스케줄에 맞춰서 학원 전체 시간표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거기까지는 들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의 재정 상태를 선생님들과 학부모는 모르기 때문에 각자 서로의 위치에서 좋은 것, 편한 것만 요구한다. 학원에서도 들어줄 수 있는 요구사항은 반영을 하지만 불가능한 걸 자꾸 해달라고 어린아이가 떼쓰듯이 요구하는 건 도저히 당해낼 제간이 없다. 게다가 일 하기는 싫은데 월급은 받고 싶은 얌체 같은 선생님까지 학원에 이것저것 요구를 하니 (자기 강의 시간을 빼고 도서관 선생님 대신에 본인이 도서관에 앉아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며칠 전 원장님께서 다음 달에 계약 만료가 돌아오는 이 원어민 선생님과는 재계약을 안 하기로 결정하셨다.
더 이상의 쓸데없는 인건비 출혈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결정되면서 결국 3월 새 학기부터는 대대적인 시간표 변경이 예고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