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는 것의 맥락적 정의
먼저, 고상함의 정의가 필요하겠다.
격이 높고, 점잖다는 의미..
(한국말 정의를 옥스퍼드 사전으로 확인하는 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ㅋ)
그런데, 왜 나는 고상함이란 단어가 떠올랐을까,
나에게 고상함의 의미는 대체 뭘까.
생각을 해보자면, 인간이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서 젊음을 상실해 가는 과정안에서, 또 다른 무언가 채워져야 할 것들이 필요하다 생각한 것 아닐까, 싶다. 젊음의 에너지는 비록 소멸해 가지만, 여유과 지혜, 안정감이라는 것들이 생겨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그럴듯한 나이 듦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던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아함, 고상함. 이런 단어들이 주는 근사함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깊은 것 같다. 그게 없이 그냥 늙기만 하면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마냥 우울할 것 같기도 하고. ㅋ (그게 남는 장사 같아서?)
그런데, 그러려면, 지속가능한 돈 벌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졸업 후에도,
노동소득이 되었건, 자본소득이 되었건 말이다.
물론 각종 연금이라 하는 제도로 국가에서 제공해 주는 것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뭔가를 누리며 살아가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겠다. (여전히 맘은 10대인데, 이제는 요런 연금들을 고려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게 좀 서글프기도 하지만 ;) 종국에는, 자본이 대단히 많거나, 사업을 통한 소득이 지속적이지 않은 평범한 40대 아저씨라면, 결국은 만나야 할 순간이겠다.
1. 고상한 돈 벌기.
2. 고상함(을 유지하면서) 돈 벌기.
3. 고상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너무 많게는 어렵겠지만 적당하게) 돈 벌기.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고상한 돈 벌기'의 맥락적 정의는 대략 요런 느낌이겠다.
어떤 ‘의미’가 있는 가치들을 만들어 내면서 돈을 버는 것?
그러니, 이걸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돈’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사업을 하고 있던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그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본인의 사업체에서 획득할 수 있는 고객의 정보들을 조금은 바람직하지 않게 활용하려는 업체에 넘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그 업체의 제안은 수익의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정보들이 어떻게 쓰일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하는 게, 지인은 맘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회사를 키우고 성장을 시키려면 필요한 것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사정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제삼자로서, 내가 이래저래 말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하려는 일이 대표님의 가치와 철학에 맞는지 한번 신중히 검토해 보시고 결정하심 어떻겠는지 말씀드렸다. 찜찜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냥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라는 어쭙잖은 조언을 ;
며칠 뒤 통화를 하다가, 당장은 좀 어려워도, 그 업체의 제안은 고사하기로 했다고 얘기하시는 걸 듣고, 사업의 순간에선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려가 있을까 상상해 봤다. 월급쟁이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것들이겠구나 싶었다.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우선은 벌고 보자고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이런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서 그 대표님에게 필요한 것도 요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생각하는 ‘고상한 돈 벌기'안에 포함되어야 할 것들은 대체 뭘까.
‘졸업했으니, 돈을 벌긴 해야지, 그런데, 이건 고상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이건 가치에 안 맞는 것 같고, 이것 좀 짜쳐 보이고,
이건 대기업 다니던 내가 하기엔 좀 모냥 빠지는 것 같고..
뭐 이런저런 것들을 다 쳐내고 나면 과연 뭐가 남을까. 이런 생각들도 해본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고상함과 우아함'은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것이어야 하겠다. 대체로 낭만을 믿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현실의 냉정함을 수용해야 하니..
하지만 적어도, 비즈니스의 규모가 고상할지 아닐지 정의하는 건 아니겠구나 싶다. 돈은 별로 안돼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그걸 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엄청 많은 돈이 될지라도 안 하는 것. 음. 그런 게 그게 얼마나 가능할까. 며칠을 굶은 누군가에게 음식에는 손대지 말고, 배달을 하라고 하면, 그게 과연 잘 이뤄질 수 있을까. 그래서 연금이 필요한 건 지도 모르겠다. 최소한의 자기 판단과 가치를 추구할 수 있으려면 최소 수준의 생계비는 필요한 것일 테니.
여전히 잘 모르겠다. ㅜ 어쩌면 졸업을 하고, 현실에 직면하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너무 한가한 소리였구나 싶은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 우선은 ‘생존’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나’에게 가장 편하고, 합당한 방법이라면, 나만의 결론, 그냥 누가 뭐라 해도 나에게 맞는 것 같은 그 어떤 방향들이 생겨난다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나름의 결론을 급히 내보자면,
첫째, 고상한 돈 벌기를 위한 매우 개인적인 관점의 맥락적 정의가 필요하겠다,
둘째,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 내공, 전제에 대한 목표를 잡아야겠다.
누군가에게 굽신굽신 거려도, 우아할 수 있는, 돈이 아주 얼마 안 되는 일이라도
그 안에서 사적인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상할 수 있는, 그런 상태.
현실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낭만을 꿈꾸는...
뭐 대략 ‘천천히 빨리’와 같은 느낌이지만 ㅋ 그런 게 인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분명한 경계가 정해진 세상은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가 없는 걸까. 무경계속 경계를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무너지는 정의들을 다시 세워보는 과정이 인생이 지닌 역동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이리저리 주어 담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