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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똑 Mar 03. 2024

컨설팅과 코칭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고찰

답을 찾아 주는 것(컨설팅)과 답을 찾도록 돕는 것(코칭)의 차이

컨설팅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뭘까. 대략 멋들어진 양복을 빼입고, 안경을 쓰고, 제법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을까? 물론 밤샘 작업으로 정수리 뒤쪽으로 수줍은 까치집이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고, 넥타이가 슬쩍 비뚤어진 채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생각날 수도 있겠다. 여하튼, 컨설팅은 뭔가 매우 지적인 작업들의 결과를 마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답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확신과 신뢰가 느껴지는 순간이겠다. 물론 지극히 사적인 느낌이다. 




 출처 : google


반면 코칭은 어떨까, 일단 컨설턴트보다는 좀 더 나이가 있고, 약간의 여유도 느껴지는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 배도 살짝 좀 나왔을 것 같기도 하고 ㅎ. 컨설턴트는 약간의 그룹을 이루며 일을 한다고 하면, 코치는 1대 1로, 조금 더 개인적으로, 다소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누군가를 돕고, 대화하는 것이 떠오른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겠지. 이것 어떤 의미인 거냐,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느냐, 지금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대화를 하면서, 무언가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 역시 매우 사적인 경험에서 기인한 것.



출처 : google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는 돕기 위한 방법론이다. 전자는 답을 찾아 제시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의뢰인(업계에선 코치이 혹은 고객이라고 칭한다)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을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를 돕고,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 맘에 드는 사람에겐 컨설팅이건 코칭이건 퇴직 후 언젠가는 가지고 싶은 직업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에겐. 그게 뭐 퇴직 여부와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간 배워온 것들을 써먹을 수 있는 나름의 우아한 형태의 방법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축에 매우 관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코칭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관심을 두진 못했고, 우선 관심을 두고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은 컨설팅의 영역이었다. 다년간의 전략, 기획, 마케팅 업무가 앞으로의 삶에 쓰임이 있으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을 즈음, 코로나가 찾아왔고, 재택근무일수가 많아지면서, 출퇴근으로 소비했던 매일의 두 시간이 또 다른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경영지도사라는 자격증은, 그렇게 취득하게 되었다. 지겹도록 작업한 페이퍼 워크를 또 다른 회사에서 빡시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의 회사보다는 조금 더 작은 규모,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문제 해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들을 함께 해나가는 것들이 무척 의미 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큰돈을 버는 것보다, 큰 의미를 얻는 것이 이제는 더 중요했던 걸까 생각해 봤다. (물론 여전히 돈을 좋아하고, 돈이 중요하다). 회사 내 겸업 금지 조항으로 2년이 넘도록 장롱(?) 면허가 되어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 코칭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8558#home


회사생활 18년 차에 갑자기 새로운 부문, 새로운 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보통은 10여 년간 자신이 일구어온 영역들 안에서 발령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영역으로의 이동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해서 당시, 이동을 두고 말들이 많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지금 팀이 힘들어서, 작업을 했구나, 그렇게 안 봤는데, 매우 전략적인 사람이구나, 등등. 뭐 당시의 당황스러움으로 치자면, 당사자인 내가 최고이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회사는 맞았지만, 내적으로는 이직을 한 기분까지 들었다. 지난 18년간의 경험과 관계들이 완전히 새롭게 리셋되는 느낌이었다랄까. 


왜냐면, 이전 팀들은 적어도 전문적 영역에서 어느 정도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팀원들을 리드하고, 관리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팀원보다 내가 더 많이 알거나, 적어도 같은 레벨의 지식수준이었기 때문에 같이 배우며, 실행하고 성과들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곳으로의 발령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여러 가지 감정과 경험을 제공해 줬다. 전문적 지식들을 더 많이 갖추고 있는 팀원들을 어떻게 리드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금도 여전히) 팀장으로서의 화두였다. 뭐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경험했다고 이런 고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당시의 혼란과 당황스러움은 적어도 이전에 겪지 못한 것들이었고, 그 과정 중에 가끔은 좌절하기도 했고, 이 일과 나는 맞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때 만난 코칭은, 그런 어려움이 거의 극단에 이르고 있을 때,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팀원들의 압도적 신뢰를 얻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팀원들보다 해당 영역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때 그 물음을 던 지 코치님 덕분에 나는 코칭이란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코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헤매고 있지만)


그렇게 나는 컨설팅과 코칭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컨설팅으로는 여전히 뭔가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그놈의 겸직금지 조항), 그럼에도 약간의 경험들을 쌓기 위한 무언가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무언가를 간헐적으로 평가하는 위원이나, 심사하는 자격을 얻게 된다면, 어느 정도는 관련된 경험을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을 굳이 컨설팅으로 부르지 않더라도, 티칭이건 멘토링이건 상관은 없겠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코칭 역시, 자격증을 얻는다고, 완전한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니. 적어도 코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상황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그래서 다소 이질적이지만, 또한 비슷한, 이 두 가지 도구가 나에겐 누군가를 돕고,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과정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사업자부터 내야하나...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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