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맛 알지? 맛있는 음식 이야기: 마라탕
“이거 진짜 맛있어. 한번 먹어보면 빠질걸?”
2년 전쯤, 마라탕이 한창 유행하던 때였다. 아이 친구 엄마로 알게 된 루나 엄마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이끈 곳은 한 마라탕 전문점이었다. 중국이 고향인 그녀는 며칠 전부터 계속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졸랐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따라나서던 참이었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 내겐 낯설었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하니 괜히 주눅 드는 것 같기도 했다.
루나 엄마의 차를 타고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 어느 좁은 골목에 도착했다. 붉은색 간판에 한자가 쓰인 가게 문을 열자마자 매콤하면서도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각종 재료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름도 생김새도 처음 보는 것으로 생소한 것들이었다. 루나 엄마는 진열장 앞으로 다가가 스텐바구니를 집어 들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료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언니가 좋아하는 걸로 골라봐. 소고기를 기본으로 하고, 채소는 푸짐하게! 냉동 두부도 꼭 담아야 해.”
나는 반신반의하며 루나 엄마의 추천에 따라 새우, 숙주, 청경채, 냉동 두부, 유부, 건두부, 목이버섯,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길쭉하고 투명한 면들을 담았다.
잠시 후, 재료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소고기를 추가하고 무게를 측정한 뒤 신라면 맵기 정도를 선택하고 계산을 하였다. 주문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그릇에 담긴 마라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조금 전 내가 고른 재료들이 붉은 국물 속에 섞여 그럴싸한 요리가 되어 있었다. 건두부와 납작한 당면이 국물 위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소고깃국 같기도 하고 짬뽕처럼 보이도 했다.
“언니야, 처음이니까 덜 맵게 했어. 뭐 해? 얼른 먹어봐!”
루나 엄마는 쉽게 숟가락을 들지 않는 내 마음을 읽은 듯, 나를 안심시키며 재촉했다. 국물에서는 지금껏 맡아본 적 없는 묘한 향이 풍겨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었다. 국물이 입안 전체로 퍼지자 혀끝이 짜릿하기도 하고 얼얼했다.
“이거 맛이 신기한데? 뒤로 갈수록 묘하게 맵네.”
당황한 내가 ‘쓰읍’ 소리를 내자 루나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그런 거야. 그게 바로 마라의 매력이야!”
‘마라의 매력이라.’ 그 말이 처음에는 의심스러웠지만, 몇 번 더 먹어보니 신기하게도 얼얼함 뒤로 고소하고 깊은 맛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국물은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독특한 향과 사골 국물의 오묘하고 구수한 감칠맛이 어우러져 있었다. 쫄깃한 당면의 식감, 그리고 청경채와 숙주의 아삭함이 절묘하게 조화로웠다. 특히 푸주는 국물을 머금어 씹을 때마다 매콤한 육수가 입안에서 터져 나왔고, 뉴진면과 분모자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음~ 맛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라탕에게 고백하게 되었고, 루나 엄마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야, 내 말이 맞지? 언니도 이 맛에 빠질 줄 알았어!”
그날 이후, 나는 마라탕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마라탕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매운맛이 주는 짜릿함과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진 그 한 그릇은 이제 내 취향이 되었다. 마라라는 낯선 맛을 경험하며,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2년 전 처음 먹어 본 마라탕은 내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땅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새로움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해 준 듯하다. 이처럼 새로운 맛의 경험도 세계를 탐험하는 또 다른 특별한 방식이 아닐까. 다음에는 마라샹궈에도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