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대가가 늘 따라온다
배달을 하다 보면, 밤새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거창한 건 아니다
그저 작고 순간적인 판단들
하지만 그게 쌓이면 생각보다 무겁다.
알림이 뜬다
"주문을 수락해주세요."
수수료는 적당한가
픽업지와 배달지는 멀지 않은가
앱이 안내하는 동선은 지금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인가
이 모든 판단을 대략 10초 안에 끝내야 한다.
가끔 괜찮아 보여 수락했는데
앱이 계속 서쪽으로 또 서쪽으로
아니면 북쪽으로 더 북쪽으로 보내려고 할 때가 있다.
한 건 수락에서 시작되는 집에서 점점 멀어지는 루트.
특수한 경우도 있다.
유엔빌리지 안쪽에 들어가는 배달처럼
배송 전후로
한참을 돌아 나와야 하는 경로
시간과 연료는 고스란히 손해다.
그런 상황을 가급적 피하기 위해
나만의 기준선을 갖고 움직인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집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동선을 관리해야 한다.
끝자락으로 갈수록 선택은 더 민감해진다.
픽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식당 앞에서 차를 어디에 세울지
통행에 방해는 되지 않는지
주차 단속 구역은 아닌지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차를 붙인다.
배송지에 도착해서는 또 다른 고민
아파트 정문인지 후문인지
주차장 진입이 가능한지
골목 입구에 잠시 세워두고 걸어가는 게 나은지
그때그때 감으로 결정한다.
신호등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란불일 때 지나갈지 말지
속도를 늦출지 살짝 밟을지
무심한 척하지만 머릿속은 바쁘다.
결국, 이런 판단들이
내가 몇 시에 집에 갈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작은 판단들이지만 하루 수십 번
어쩌면 백 번도 넘게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선택쯤엔 마음이 걸린다.
조금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슬며시 그런 생각이 따라붙는다.
작은 선택들이지만
그중 몇 개는 며칠씩 생각난다.
그래, 어차피 완벽한 선택은 사치다.
덜 틀린 쪽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