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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대

흔들림의 한가운데서

by EveningDriver

연말이라 그런지, 회사는
마무리하지 못한 일정들을 한데 모아
서둘러 정리하려는 분위기다.
교육도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고
꼭 지금 들어야 하나 싶은 주제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AI 시대에 대한 강의만큼은
묘하게 마음을 붙잡았다.
내용 때문이라기보다
화면 너머로 비치는 미래가
지금의 일상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강사는 기술이 열어갈 가능성을 말했지만
내게는 그 말들이
언젠가 내가 서 있을 자리를
조심스레 가리키는 것처럼 들렸다.
가볍게 흘려듣기엔
마음 한쪽이 계속 걸리는 강의였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대부분은 단순 반복 업무였고
그 안에는 택배와 음식배달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 선전에서는
드론이 음식을 나르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고,
몇몇 도심 건물들은
로봇이 오르내리는 구조를 이미 갖추었다고 했다.
거리에서 배달 라이더를 보는 일도
머지않아 드물어질 것이라는
단정적인 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들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하는 강의라 그런지
사무직이 대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조심스러운 말투였지만
나는 오히려
언젠가 사무실의 책상보다
운전석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마다 뛰어다니며 느낀 것은,
세상은 생각보다 덜 표준화되어 있고
지도 위로 그려진 선보다
현실의 길들은 더 굽어 있으며
지대는 고르지 않고
간판과 통로는 제각각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언제쯤 기계가 이 복잡한 결을
사람처럼 읽어낼 수 있을지
쉽게 상상이 닿지 않는다.

세상이 어떤 속도로 변하든
결국 나를 지켜줄 것은
직업도, 기술도 아닌
내가 살아온 방식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설 수 있는 힘이
내 안에서 한 점의 무게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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