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마음
평소 나는 정돈된 것을 좋아한다.
집도, 책상도, 자동차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곳엔 늘 정리된 풍경이 필요했다.
어쩌면 정돈을 유지하는 일은
내가 세상에 밀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식배달 일을 하면서
그 질서가 금세 흐트러지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비 오는 날 젖어가는 차 시트처럼,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던 것들이
예고도 없이 스며들고 번져 나간다.
내릴 때 우산 각도를 잘못 잡아서,
문을 여는 타이밍이 엇나가서,
사실 그냥 운전석을 열기만 해도.
하루에 수십 번 이어지는 타고 내림 속에서
결국 하나의 사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젖는 날은 온다는 것.
장우산을 들고 내리고 탈 때면
우산 끝이 한 번만 엇나가도
대시보드와 시트 위로 소나기처럼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때면
아무 말 없이 그냥 숨을 한번 고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작은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타요가 그려진 짧고 가벼운 우산.
장난감 같은 크기였고,
어른의 동선엔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우산을 들어 올린 순간,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내리고 탈 때 대시보드에도 닿지 않고,
앞유리에도 걸리지 않고,
움직임이 가볍고 또렷했다.
한양대 근처 중국음식점에서
사장님이 “우산이 없어? 하나 줄까?”라고 묻던 날,
나는 괜히 웃음이 났다.
‘하하, 아닙니다 사장님.
작아서 어깨는 좀 젖어도
이게 제일 편하고 제겐 딱입니다.’
다음 날 뒷자석에서 아이가
“왜 우산이 젖어있지?”라고 묻는 순간에는
조금 마음이 찔렸지만.
작은 빗방울에 마음이 흔들리고,
작은 우산 하나로
나는 또 마음 한 구석을 정리한다.
이렇게 또 하루를 지나며,
덜 젖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젖어도 괜찮아지는 나를 배워가는 것 같다.
그 마음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