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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춘 손끝

작은 선택의 무게

by EveningDriver

쿠팡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결국 좋은 제품을
적당한 비용으로 들여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운영을 시작하니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광고였다.
수없이 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내 제품이 누군가의 화면에 노출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다.


광고는 어쩌면
플랫폼이 굴러가는 또 하나의 질서일지도 모른다.
고객이 검색한 키워드 위에
‘광고(AD)’ 표시를 단 제품들이 먼저 자리하고,
그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비용이 청구된다.

배달앱에서도 음식을 검색할 때면
광고 표시가 붙은 가게가 맨 위에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
아무 표시 없는 '같은 가게'가
따라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예전엔 그냥 가장 위에 보이는 곳을 눌렀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손가락을 멈추게 된다.
광고 클릭 한 번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너 줄 더 리더라도
광고가 아닌 쪽을 선택하곤 한다.

물론 이런 선택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지 알 수는 없다.

이러한 구조가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나 역시 플랫폼 덕분에
배달 일을 하고, 새로운 판매를 시도하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 안에서,
나도 누군가도,
각자의 방식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
누구의 자리도 가볍지 않은 만큼,
서로 조금씩 버티고, 움직이고,
그렇게 살아내는 모든 하루들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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