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의 마음 앞에서
가끔은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사장님과 잠깐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특히 홀에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한 번은 한양대 근처 야채곱창집에서였다.
픽업해야 할 음식이 아직 조리 중이어서
가게 한편에서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서도 가끔 시켜 먹던 메뉴라
가격과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말을 건넸다.
“저희 곱창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고,
그분은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드셔보세요. 서비스 넉넉히 드릴게요.”
마침 그날은 배달을 조금 일찍 마치고
아내와 쉬려 했던 날이었다.
일을 마치는 시각에 맞춰 포장을 주문하며
‘아까 들렀던 배달기사입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저 예의라고 생각했었다.
받아온 음식은 푸짐해 보였다.
나는 좋은 마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얼마 뒤, 전부터 자주 주문하던 횟집.
픽업할 음식을 기다리던 중에 여쭈었다.
“사장님, 포장도 앱으로 주문하는 게 좋으신가요?”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주문 관리가 편해요.”
그날도 주문 메시지에 썼다.
‘아까 들렀던 배달기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집에서 봉지를 열어보니
기본 광어+우럭 세트 위에
방어 몇 점이 조용히 얹혀 있었다.
'사장님 센스 좋으시네!'
그 순간에도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동네 치킨집.
주문이 밀려 있었고 대기가 길었다.
취소하자니 애매해서
그냥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내가 계속 시계를 확인하는 게 부담스러우셨을까
잠시 뒤, 사장님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하며 캔 콜라를 건네셨다.
배달 중에는 화장실이 불편해서
나는 습관처럼 “괜찮습니다.” 하고 사양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시며
조심스럽게 콜라를 냉장고에 다시 넣으셨다.
그때였다.
지금껏 받았던 작은 호의들이
천천히 하나로 묶이듯 떠올랐다.
나는 내가 배달기사임을 은근히 드러내며
어디선가 ‘조금 더’를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호의는 금세 부끄러운 기대로 변했던 것 같다.
그걸 눈치채는 데 좀 오래 걸렸다.
이제는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을
쉽게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아두려 한다.
의도치 않게 자라난 기대나 실수에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