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하루가 닿을 때
배달을 하다 보면 조심스러운 순간이 있다.
음식을 픽업하는 짧은 몇 초 동안,
가격표와 음식 이름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그 숫자들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나에게 또 다른 계산을 불러왔다.
이 음식 한 그릇으로
사장님은 얼마를 남기실까.
배달비를 제하고, 식자재 값에 인건비,
임대료와 관리비를 더하면
남는 게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은 유난히 ‘1인분 배달’일 때 자주 든다.
계산을 끝내고 나면
마음은 오히려 복잡해진다.
특히 늦은 밤, 작은 주방 불빛 아래
혼자 일하고 계신 사장님을 보면
그 숫자들이 잠시 멈추고,
그 뒤에 있는 하루의 온기가 스며드는 듯하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시간이 들어 있다.
그걸 느끼는 순간, 계산은 멈추고 마음이 움직인다.
비 오는 금요일, 이미 토요일이 되어
새벽 한 시를 넘긴 시간.
1인분 배달료가 음식값의 3분의 2를 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도
오늘은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며 식당으로 향한다.
하지만 막상 음식을 집어드는 순간,
사장님의 눈빛을 마주하면
속으로 살짝 움찔한다.
‘저 분은 내가 얼마 받고 배달하는지 아실까.’
‘이 새벽, 배달이 잡히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셨을까.’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엇갈린다.
할증은 시스템이 붙였을 테지만
그 비용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가끔은 알 수가 없다.
플랫폼이 부담하는 걸까,
아니면 사장님의 몫으로 돌아가는 걸까.
그런 걸 따질 처지는 아니지만
묘하게도 신경이 쓰인다.
배달비는 내 손에 들어오지만
그 안에는 사장님의 기다림과
작은 포기 하나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서다.
오늘 내가 옮긴 건
한 그릇의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그 하루가 내 손끝을 스쳐 지나며
조용히 내 하루와 맞닿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하루를 나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