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난 줄 알았던 연휴의 밤

익숙한 리듬이 나를 부른다

by EveningDriver

추석 연휴가 중간쯤 지나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일하는 게 낯설겠는데.’
오래 쉰 탓인지 오히려 조금 불안했다.
물론, 본업 기준으로는 말이다.

사실 이번 연휴는 조금 르긴 했다.
아내의 쿠팡 판매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배달은 단가가 높은 주말에만 하기로 했고
그 외엔 쿠팡 판매 관리에 집중했다.
그래서 몸은 나름 쉬고 있었지만
들쑥날쑥한 매출에 썸네일도 보완해보고,
머릿속은 여전히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어느덧 10일 금요일.
다행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회사 노트북을 열긴 했지만, 휴가 중인 동료가 많아
크게 바쁜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음은 조금 무거웠다.
‘이제 진짜 연휴가 다 끝났구나.’
그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월요일을 상상했다.
조금 일찍 출근해야겠다,
메일을 보내고 보고서를 마무리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묘하게 몸이 더 무거워졌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 아내가 물었다.
“오늘은 운동 가는 거야?”
“그럼 가야지.”

고작 일주일 쉬었는데,
배달 앱을 켜는 손끝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운행 시작 전, 차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가방은 제자리에 잘 고정돼 있었고,
생수도 채워져 있었다.
배민과 쿠팡 두 앱을 동시에 켜서 단가를 비교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느 노선을 탈지 잠깐 고민했다.
마침 하늘에서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세차지 않은, 조용하고 반가운 비였다.

와이퍼가 유리창을 천천히 쓸 때마다
묘하게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비 오는 도로 위를 달리며
조금 전까지의 무거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몸이 기억하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속도와 거리, 신호와 판단,
그 모든 익숙한 리듬이 다시 내 안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달리며
이상하게도 자신감이 생겼다.

문득 오래전에 본 글귀가 떠올랐다.
“월요병이 심할 땐, 일요일에 잠깐 출근해보라.”
그땐 말도 안 된다며 웃었는데
어라, 이번엔 조금 알 것 같았다.
배달로 보낸 이틀이
내게는 연휴의 마지막 처방 같았다.

그날의 비는 다시 달릴 마음을 깨워줬다.
멈춰 있던 리듬이 천천히 돌아왔고,
연휴의 끝은 어느새 나를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 앞에 데려다주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3화다시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