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머무는 자리
밤 열두 시가 가까워지면
식당들은 하루의 정리를 마무리한다.
출입문 가까운 테이블 위에는
그 날의 마지막 주문이 포장되어 놓여 있고
사장님은 남은 불을 끄며
오늘을 차분히 정리한다.
얼마 전 한양대 근처 샐러드 카페에서도
그런 밤이었다.
손님들은 이미 돌아갔고
정돈된 풍경만이 가게 안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주문 내역을 확인하며
그 고요한 공기를 스치고 지나가려 했다.
그때 사장님이
하얀 종이에 포장된 무언가를
픽업할 음식 봉지 옆에 살며시 두었다.
사장님 드시려던 야식을
괜히 나눠주시는 건가 싶어
머쓱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드세요~”
사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마감했는데 남았어요.
우린 맨날 먹어서 물려요~”
프리미엄 김밥 메뉴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감사한 마음만 남기고
김밥을 조수석에 올려두었다.
몇 건을 더 마친 새벽 한 시 무렵,
허기가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조수석을 바라보며
포장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통소시지와 청양고추.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었다.
첫 한입이 몸속까지 천천히 힘을 채워주었다.
돌아보면
어디선가 생수 한 병을 건네주고
어디선가는 핫팩을 꺼내두며
서로의 밤을 조금씩 덥힌다.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누군가를 붙잡아주는 마음들이다.
일기예보에
눈 소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눈을 설레며 기다릴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는 조금 다르다.
겨울보다 먼저 온 온기가
그렇게,
내 옆에 조용히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