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독서 경연 대회' 혹은 '독서 토론 대회'

<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by 나승철

각종 '요리 경연 대회'처럼 '독서 경연 대회'나 '독서 토론 대회'는 왜 없을까? 요즘 셰프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여러 방송에서 셰프들을 대상으로 한 경연 대회가 열린다.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우승권에 근접한 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치르는 등 명예와 부를 얻는다. 시대를 잘 만난 셰프들이다. 그들을 보면 약간의 시샘이 돋는다. 책 읽기라는 영역에서 온 정신과 몸을 갈아 넣어 '일가'를 이루어도 인정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 잘 되어야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긴 하는데, 그마저도 전업 작가라는 지위에 오르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전업작가라 하더라도 글만 써서 먹고살기는 어렵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만큼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 또 있을까. 정신을 집중하고 몸을 지탱하며 무수한 시간 동안 공을 들여도 가격 대비 효율은 그야말로 바닥 수준이다. 독서는 자신을 위한 학문, 즉 '위기지학'으로 만족해야 한단 말인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기저기서 요리 대회 같은 대회가 많이 열리면 어떨까. 평가 방식은 숙고가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말로만의 독서 장려보다는 실질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독서 관련 대회는 전 국민에게 읽기에 대한 동기를 북돋는다. 안 그래도 문해력 논란 때문에 사회적 문제나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가. 대학교수를 비롯해 등단 작가를 제외한 순수 일반 '독서가'로 불릴 만한 이들은 예상보다 많다. 전국의 요리사들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대상으로 '독서 대회' 또는 '독서 경연 대회'를 열면 좋겠다.


불과 2, 3년 전 한 친구가 내게 독서로 밥벌이하는 시대는 지났는데 앞으로 어떡할 거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여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 친구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독서와 관련된 내용과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인공지능의 능력이 엄청나다. 블로그나 밴드를 통해 나에게 묻던 독서 관련 사람들의 수많은 질문이 대폭 줄었다. 내게 묻던 질문을 이제는 AI에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각종 입학시험에서도 독서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생들은 책 읽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AI를 통해 책의 핵심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어 입시에 대비할 수 있고, 공정성 시비 때문에 정성적 평가보다는 정량적 평가를 사회가 선호하는 탓에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소위 명문학교에 입학하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시대다.


요리 대회처럼 독서 관련 대회를 마련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 책을 선정해서 토론을 하게 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답을 들어보면서 독서 내공을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주제를 하나 선정해서 그와 관련한 책을 소개하고 설명하게 하는 방법도 있겠다. 인문학적 또는 창의융합적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문과 자연을 통합한 주제와 책 선정 및 질문이 좋겠다. 참가자에게 분야를 가리지 않는 주제와 질문을 던지면서 그가 얼마나 인문과 자연을 넘나드는 책을 읽고 있는지 평가한다. 심사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하면 된다. 예전의 교육방송에서 하던 '장학퀴즈'나 '도전 골든벨'처럼 단답식 답변만을 평가하는 형식은 배제한다. 또 '디베이트' 대회처럼 책과는 별로 관련 없는 형식도 제외한다.


"소는 누가 키우나?" 책을 읽지 않으면 학생들은 사고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독서만큼 다방면에서 학생들의 미래를 탄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없다. 일반인들도 업무 능력으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수많은 노래(가수) 오디션을 비롯해 각종 요리 대회도 식상해질 날이 온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방송국 종사자들은 독서 관련 대회를 구상해 보라. 쓰나미 같은 인공지능의 위협 속에 가장 '인간적'인 것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수고와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것만큼 인간적인 것은 없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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