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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미국 대 도전을 마무리하며

3월 말이면 딱 1년 된다. 정년퇴직까지 하고 난 뒤에 미국에서의 도전과 삶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썼다. 동기와 결과 그리고 과정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미국에 왔지만 언제나 그렇듯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미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치아에 염증이 생겨 치통과 역류성 식도염으로 두 달간 고생했고, 체력이 바닥을 치니 회복도 더딘 데다 이곳은 시골 지역이라 한국 식당도 없고 한국 식료품 점도 없다. 일 보다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웠고 이러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낯선 곳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너진 회사의 질서를 바로 잡았고 피폐해진 구성원들의 마음을 위로하였으며 지난 3년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5%가 넘는 이익을 만들어 냈다. 나는 항상 운이 좋았다. 이번에도 몰입에 대한 나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뇌가 무의식의 주문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냅스 회로를 만들어 어떠한 일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처음 하는 일일지라도. 그래서 나는 경험을 그다지 믿지는 않는 편이다. 참고는 해야겠지만.


'이곳에서 도전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생각이 들다가 이내 부질없는 것이라 덮어 버렸다. 실패든 성공이든 나에게는 그리 중요치 않다. 결국은 언젠가 죽을 것이고, 만족스러운 삶에는 사는 동안 얼마나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 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새로움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인간은 새로운 것을 할 때 비로소 무력함에서 벗어나고 삶의 충족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가슴을 때리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3악장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이런 음악을 듣다 보면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능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조상은 오랜 시간 더 복잡한 존재로 진화하면서 불멸의 삶을 이루어왔다. 더 복잡해진 결과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지만 복잡성 때문에 개개인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졌다. 생각과 의식의 복잡성, 이것 때문에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살게 되는...... 이것만 없었어도 지금보다 열 배는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걸 알면서도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 젊었을 땐 나이 들어 안정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더 이상 삶에 대한 고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이 질문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1년 간의 짧지만 길었던 이곳 미국 테네시 클린턴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다. 이곳에서는 건강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고, 처음 이곳에 올 때 마음먹었던 목표와 나의 역할은 끝났다 생각했으며,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더 전문성을 가진 임원이 맡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곳이나 한국이나 사람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같고, 자신을 성장시켜 더 큰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삶에서 마주한 이런저런 고민들로 힘든 사람들, 앞으로는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 보고자 한다. 미국에 와보니 라이프 코칭이라는 분야가 있어 필요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나 또한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며 무수한 세월을 보냈고, 누구든 필요한 시기에 다른 누군가로부터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이 그리 훌륭하진 않지만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 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경험들과, 해결해야만 했던 많은 숙제들과, 살면서 깨달은 것들로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4월에 한국으로 돌아간 뒤 대학에 다시 들어가 2~3년 공부를 더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얼마 전에 월간 에세이에서 원고 청탁이 있어 한편 작성해 제출하였는데 이러한 것들도 나의 앞으로의 방향에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본격적인 일은 2~3년 뒤에 하더라도 만일 지금이라도 저와 고민을 나누고 싶은 분이 있다면 대화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고민이 아닌 그냥 허심탄회한 삶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분도 환영이고 이러한 대화 속에 더 성장하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것은 금전 취득이나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니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제안하기로 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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