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화살 (Красная стрела, 크라스나야 스트렐라)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어느덧 올해도 일주일 남짓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첫 줄부터 나이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곧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점점 편하게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편한 마음으로 도전과 모험을 즐겼다고 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놀러 다니기'가 주변의 눈치도 보이고 체력, 시간, 금전의 여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국내나 해외여행은 주기적으로 떠나보고자 합니다.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고여'있지 않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더군요. 저 그리고 독자 여러분 모두 다가오는 한 해도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붉은 화살 (Красная стрела, 크라스나야 스트렐라)>
디마의 도움으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레닌그라드역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 아슬아슬한 시간에 기차역에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저녁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디마의 도움으로 일찍 도착한 덕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생겨 간단하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간단하게 먹을 수 있었다. 불고기 버거를 가장 좋아하지만, 당연하게도 러시아 맥도날드에는 불고기 버거가 없었다. 우리나라 맥도날드의 불고기 버거와 같이 러시아에도 국가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간이 많지는 않았던 관계로 알아볼 겨를이 없이 눈에 보이는 것을 그저 시켜버렸다.
레닌그라드역의 주변은 나름의 번화가인 듯했다. 비가 오는 날씨와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또한 맥도날드의 존재가 어느 정도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건물들도 많았으므로 레닌그라드역을 찾기 어렵겠다고 생각하였지만, 목적지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건물이 매우 반짝거리며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고 건물로 들어가는 인구도 많았으며, 기차역 입구에서 보안 검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점 때문에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기차역으로 출발하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의 경우 미리 인터넷을 통하여 기차를 예매하였기 때문에 '기차표 발권' 시간을 아낄 수 있었지만, 혹시 현장 발권을 계획하고 있다면 보안 수속을 거치는 시간과 현장에서 발권을 위하여 역무원과 의사소통하는 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을 헤매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차표는 웬만하면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뒤 e-티켓을 미리 프린팅 해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붉은 화살호의 예약 방법이다.
[붉은 화살호 예약하기]
(현재는 우러 전쟁으로 인하여 아래에서 설명하는 '러시아 철도청 웹사이트' 로의 접속이 불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러시아 기차를 예매하는 곳이라는 사이트가 두 군데 정도 추가적으로 확인이 되는데, 회원가입 이후 예매해보려 하였으나 이 또한 어려운 것을 확인하였다. 언젠가는 기차표 예매를 위하여 아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1. 아래 러시아 철도청 사이트에 접속하여 회원가입을 진행한다.
https://pass.rzd.ru/main-pass/public/en
회원가입의 경우 개인 정보를 입력하여 가입하는 것이라 이미지는 생략하였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이겠지만 귀찮을지언정 어렵지는 않으므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회원가입을 진행하면 된다.
2. 붉은 화살호를 검색한다.
Departure에는 MOSCOW를 Arrival에는 ST.PETERSBURG를 입력해 준다. 그 옆에는 기차 탑승 날짜를 입력하면 된다. 위 상태로 검색을 진행하면 아래와 같이 탑승 가능한 기차 목록들이 나타난다.
러시아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연결하는 기차는 하루에도 수십 개가 있지만, 우리가 예매하고자 하는 붉은 화살호는 오직 단 하나, 23시 55분에 모스크바를 출발하는 야간 기차이다. 따라서 목록의 가장 아래쪽을 살펴보면 붉은 화살호(Красная стрела)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이어주는 야간열차 붉은 화살호, 원래는 소련 당간부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기차인 만큼 시설도 아주 뛰어나다. 다만, 당시의 보안 설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어 휴대전화 등의 통신 장비 사용이 어렵다. 번역기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미리 인지한 후, 승무원에게 묻거나 요청하고 싶은 말들은 미리 메모해가는 것이 좋다. 영어가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캡처한 사진의 오른쪽을 보면 1-cl sleeping compt와 2-cl sleeping compt가 있다. 1등석은 좌석이 두 개이며, 2등석은 2층으로 이루어진 침대가 좌 우 편에 하나씩 총 4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이다. 예매는 개인의 상황이나 취향 등에 따라서 진행하면 된다. 연인이나 부부 등 두 명이서 지낼 수 있는 객실을 예매해고 싶다면 1등석을 예매하면 될 것이고, 그룹 인원이 조금 더 많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2등석을 예매하면 된다. 단,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는 장담할 수 없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아래의 설명은 1등석을 기준으로 하였다. 객실 번호 아래에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지 아이콘이 다 있으니 천천히 확인해보고 마음에 드는 열차칸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6번 칸을 선택하였다. 기차칸을 누르면 아래의 사진처럼 좌석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여러분이 원하시는 좌석을 두 개 지정하여 예매하면 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주황색 문을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 번호가 같은 방이다. 여기서 잘못 클릭하여 벽 하나를 두고 떨어져 자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참고로 붉은 화살호를 두 번 타보았지만, 두 번 모두 승무원들 중에 영어 가능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러시아말로 사정 설명을 해야 할 것이며, 설명한다고 해도 방을 바꿀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3. 승객 정보를 입력한다.
이 부분도 회원가입과 같이 귀찮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직접 예매했을 때 해당 부분에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는다. 혹시 여러분들도 그런 부분이 있을까 봐 아래에 이미지를 함께 첨부하니, 참고하여 천천히 입력하면 될 것 같다. 성과 이름 입력한 뒤. 미들 네임은 없기에 공란으로 둔다.
그리고 성별을 입력한 다음 생년월일을 입력하는데,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월생년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dd.mm.yy'으로 입력한다. 국적을 입력한 뒤, Document type에 ID document를 선택한 다음 document number에 여권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추가 승객은 아래에 보이는 Add passenger 클릭한 뒤 처음과 같이 입력하면 된다.
4. 기차 티켓값을 지불한다.
티켓값 지불은 온라인 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신용카드를 통해 정삭적으로 결제하였다면, 회원가입 시 등록한 이메일로 탑승권이 발송될 것이다. 사실 승무원에게 여권을 보여주면 탑승을 시켜주지만, 만일을 대비해 탑승권은 출력해 가는 것이 좋다. 휴대폰에 저장해서 가고자 한다면 미리 파일을 열 수 있도록 다운로드하여 놓는 것이 좋겠다.
홈페이지의 기본값은 러시아어로 세팅되어 있지만, 영어로 변경하여 예매한다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붉은 화살호는 그 이름처럼 기차도 붉은색을 띠고 있다. 플랫폼만 제대로 찾았다면 어렵지 않게 붉은 화살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객실에 들어서면 책상 위에 간단한 간식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물 두 병과 오렌지 주스 두 병 그리고 과일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주류들이나 하몽 등의 안주들은 이전 포스팅의 마트에서 직접 구매한 것들이다.
기차가 출발한 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승무원이 방마다 똑똑 노크를 하며 무언가를 체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승무원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무슨 일일까 절로 긴장하고 있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곧 우리 객실에도 노크 소리가 울렸다.
어떤 메뉴판 같은 것을 보여주며 유창한 러시아어로 이야기하는데, 눈치껏 유추해보니 다음날 아침에 제공될 식사 메뉴를 고르라는 것 같았다. 손 짓으로 메뉴를 고르니 다행히 알아들으시고는 '스바시바' 인사와 함께 문을 닫은 뒤 옆 칸으로 이동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큰일이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2인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중앙에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고 양쪽으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형태였는데 등받이를 내리면 하얀 시트가 나오면서 침대가 완성되는 형태였다. 키가 2미터에 가까운 고객들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웬만한 사람들은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이즈였다. 베개와 이불도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수면 용품들을 챙겨야 하는 불편함은 없다.
출발한 뒤 몇 분 정도는 도심을 빠져나가는 구간이었으므로 창 밖도 밝았으며, 이것 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창 밖이 칠흑으로 바뀌어 육안으로 분간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침대를 깔고 누울 타이밍이 보인다. 그래도 12시에 가깝게 출발하는 기차이기 때문에 바로 자지 않는 이상 수면이 부족할 수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기차 내에는 샤워실도 준비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여유롭게 먹고 마시다가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잘 준비를 하고자 샴푸와 폼클렌징 등 세면도구를 가지고 샤워실을 찾아 떠났다. 화장실은 기차 칸 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있는데, 샤워실은 그게 아니었다. 샤워실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아 길 가다가 만난 승무원 분께 샤워하는 시늉을 하며 두쉬(душ, 샤워)라고 몇 번 말하였다. 그러자 승무원은 이해했다는 듯이 한 손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다른 손으로는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였다. 4호칸으로 가라는 이야기인 듯했다. 감사 인사와 함께 샤워실을 찾아 4호칸으로 모험을 떠났다. 샤워하러 가기 전에는 다시 한번 본인의 객실이 어디에 위치하여 있는지 잘 숙지하기를 바란다. 객실 문에 잠금 기능이 있지만 실수로 생판 모르는 분들의 객실을 열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4호칸은 예매한 기차칸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휴대폰도 없이 떠났던 터라 체감상 10-15분은 걸은 듯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샤워는 하지 못했다.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기차 타자마자 승무원이 객실에 방문을 하고 떠나는 그 시점에 바로 출발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그 먼 길을 갔더니 늦었다고 아침 즈음에 다시 오라고 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낭패를 보지 않도록 샤워 가능 시간을 체크한 뒤 모험을 떠나도록 하자.
다시 먼 길을 걸어 객실에 돌아온 뒤 바로 잠을 청했다. 의도치 않은 야간 운동에 몸은 더욱 피곤해졌기에 쉽게 잠들 수 있었다. 눈을 감은 지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승무원이 객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 때까지 계속 두드리는 것이었다. 잠에 취한 채로 비몽 사몽 문을 여니 승무원이 슬그머니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 이후 시계를 가리키며 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도착시간이 다 되어도 우리가 일어나지 않아 억지로 깨운 뒤 아침을 준 듯하였다. 원래의 아침 식사 시간은 더욱 일찍인 듯했다.
아침으로 주문한 것은 달달한 빵이 들어간 포르쉬와 연어 팬케익이었는데, 곧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다는 안내 소리에 몇 입 먹어보지도 못하고 기차에서 내렸다. 한 입 씩 맛은 보았는데, 한 입만 먹어서 그런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다음번에 붉은 화살호를 타게 된다면 꼭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담이지만 구운 연어가 들어간 팬케익은 호텔 식당에서 먹었던 것과 생김새가 유사하였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러시아에서 흔하게 먹는 요리인 듯한데, 속이 고기와 야채 말고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8시간에 걸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이동 수단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려드리자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차만 해도 위의 검색 결과와 같이 여러 대가 있으며 기차가 아니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도 있다. 러시아 국내 비행기가 기차보다 값도 저렴하고 소요 시간도 2~3시간으로 기차보다 훨씬 빠르다. 다만, 기차를 선택했던 이유는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인 붉은 화살호를 타보고 싶었으며 기차 여행으로 하루 분의 숙소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기차가 아닌 비행기를 예매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결정은 독자 여러분들의 취향에 맡긴다.
체감상 눈 깜빡하는 동안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였습니다. 오늘은 붉은 화살호에 집중하여 이야기해보았는데요,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기 위해 정리한 붉은 화살호 예매 방법을 지금은 활용하기가 어려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본문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빠른 시일 내에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으며, 새로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 잃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