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대하여
이유없는 우울에 대하여
사람들은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어느날엔가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면
누군가는 처마 밑으로 걸어가
멀쩡한 신세에 대해 한탄하기도 한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느닷없는 빗방울에 이유없는 한숨대신
쌩뚱맞게 꽃을 사 들었다면
그건 낭만이라고 불리워 졌을까
비 오는 광경을 보며 눈을 한번 깜빡이며
숨을 고르는 사람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혀끝을 쯧쯧차며 너보단 내가 낫다
안도하는 사람들 손에는
하나같이 우산이 들려 있었다
처마밑으로 우산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자
사연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그대들도 나와 같겠지
좁은 처마 밑에서 서로를 흘깃하며
이유없던 우울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