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체코 1편
* 체코 돈 단위 코루나 (당시환율) 1 코루나= 약 51원
LADIES AND GENTLEMAN we arrived istanbul airport
긴 비행에 지쳐 잠든 나에게 나지막이 들려오는 기내 안내방송 경유지 이스탄불에 도착하였다
공항 안은 엄청 컸고 길을 걸을 때마다 표지판을 둘러보며 'international stopover(국제선 경유)' 단어만 보고 플랫폼을 찾아갔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우리나라 국내선처럼 작았으며 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1시간도 안 걸린 비행에 나온 기내식을 아침으로 먹으며 내가 탄 비행기는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 Airport)’공항에 착륙했다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 31일 오전 9시 5분! 드디어 체코에 도착했다 뭔가 공기의 냄새도 다른 거 같았다
들뜬 마음으로 짐을 찾은 뒤 게이트를 나가기 전에 유심 칩을 변경하고 소량의 유로를 체코 돈으로 환전하였다 아직까지는 체코에 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둘러 버스표를 사러 갔다
버스표 판매기는 게이트를 나가자마자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는지 판매기는 돈을 계속 뱉어내었다 카드를 사용하면 수수료가 붙기에 최대한 사용을 안 하려고 줄을 여러 번 다시 서 보았다
그렇게 20분의 사투 끝에 돈 단위가 커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국 카드를 사용하여 발권하였다
<프라하에서 친구 만나기>
표 하나 뽑는데 기진맥진이 되어 고생 끝에 얻은 표를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시내로 나가려면 119번 버스를 타고 Nadrazi Beleslavin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지하철 A라인으로 환승하면 되었다-
지하철을 탄 뒤 친구와 연락을 해서 환승역인
A라인 Mustek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역에 도착하여 좀 기다리다 보니 저 멀리
우리에게 다가오는 익숙한 한국사람.
먼저 간 친구를 만나니 프라하의 지하철 역이 마치 종로 3가 환승구역 같았다
3명이 되어 A라인 지하철을 타고 Strašnická 역에서 하차했다 숙소에 가기 전에 ' Vivo! Hostivař '
쇼핑몰 안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첫 끼니를 먹었다 '프라하까지 와서 맥도널드를 먹네' 했었는데 사이다의 맛이 한국과는 달리 레몬 맛이 나서 오히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첫 끼였다
이제 트램 7분, 도보 12분을 거치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지만
우리가 걸어갈 도보는 유럽의 돌길
즉, 캐리어 끌기가 어려운 곳. 사실상 말이 도보 12분이었지 실제로는 20분도 더 걸렸을 것이다
트램에서 내린 나는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캐리어와 힘겨루기를 하며 날이 서 있었고 괜히 인종차별을 당할까 봐 더 예민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해맑게 웃으시며 인사를 하셨다
잔뜩 예민한 상태라 우리는 손도 한번 흔들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은 우리가 너무 반가우셨던 거 같았다 인상착의가 마치 산타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ㅜㅜ)
힘겹게 가던 와중 계단이 나왔다 내 캐리어는 친구들보다 훨씬 무거워서 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열심히 들고 내려갔다
겨울이었지만 힘들어서 땀이 흘렀고 길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겨우겨우 찾아간 첫 숙소는 진짜 멋있었다
이름도 “매력적인, 높은 천장 방”이었다
우선 짐을 먼저 풀고 간단하게 필요한 물품들과 시원한 곳에 둬야 되는 음식들을 꺼냈다
친구들은 소분된 '볶음김치 팩'을 사 왔고 나는 소분된 '배추김치 팩'을 사 왔다
근데 비행기 기압차로 보다 공기가 많았던 배추김치 팩이 팽창을 한 것이다
일단 시원한 창가에 두며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갔다
-여행은 볶음 김치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숙소 근처 Ruská 역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가면서 창밖을 보았다
아시아에 있는 나라에 여행을 가면 한국과 분위기가 비슷해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유럽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가장 신기했던 건 매정각마다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
겨울의 프라하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리는 소리였다
Národní třída 역에서 내려 목적지인 하벨시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너무 내 ‘취향저격’이었다
길 따라 열려있는 가게와 중앙에 있는 점포들은
기념품을 좋아하는 내게 참새의 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도 눈에 띄었다
나는 한국에 보지 못한 풍경에 신나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고심 끝에 구매한 기념품은 프라하의 천문시계를 본 따서 만든 자석이었다 심지어 옆에 톱니바퀴가 있어서 실제 천문시계처럼 움직이는 제품이었다 또 크리스마스트리 캔들도 있길래 그것도 구매하였다
첫날부터 마음에 쏙 드는 기념품을 살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굴 뚝 빵!'
길을 걷다 사람들이 빵을 사서 나오길래 홀린 듯 가게로 들어갔다 나는 한겨울이었지만 피스타치오 빵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메뉴로 결정했다 굴뚝빵의 가격은 170 코루나 정도였다
*2020년 기준 한화로 약 9000원
아이스크림을 많이 주셔서 비주얼이 장난 아니었다 굴뚝빵을 가지고 가게를 나왔더니 사람들이 다 쳐다봤고 심지어는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굴뚝빵을 먹으며 그 유명한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청사로 갔다
그곳엔 진짜 내가 너무나도 기대했던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었다
다른 곳은 이미 12월 27일이나 30일 전에 마켓이 끝났는데 운 좋게도 프라하는 1월 초까지 했고,
덕분에 나는 태어나서 봤던 트리 중 가장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천문시계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정각이 다다르고 있었다
후기들이 생각보다 시시하다였지만 꼭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기에 기다렸다
나의 후기는 이게 끝이라고? 였다 프라하에 왔으니 한 번쯤은 볼만했다
길 따라 걸으면서 구경을 하며 프라하 성 야경을 보러 갔다 카를교에 다다르니 유럽 3대 야경명소로 유명한 프라하성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마치 디즈니 공주가 살 거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성이었다
프라하 성 야경은 건축물이 지어진 순서대로 불빛이 들어온다
1- 10c 로마네스크 양식의 프라하 성
2- 14c 고딕양식의 카를교
3- 16~17c 바로크 양식의 성 니콜라스 성당
이렇게 3번에 걸쳐 불이 들어오는 프라하 성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춰 멋진 광경을 눈에 담았다
밥 먹을 때가 되어 다시 카를교를 건너갔다
조심스럽게 골목안쪽 식당이 어떤지 살피고 있을 때 한국을 너무나 좋아하는 직원 아저씨께서 강남스타일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식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가게 안에 손님이 적당히 있었는데 본인이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며 수첩도 보여주시고 계속 강남스타일을 부르셔서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굉장히 쉽지 않아 우리는 서둘러 밥을 먹고 그곳을 떠났다
(다음날이 되어서 알게 됐는데 그 가게는 다른 곳보다 값이 높은 호구를 당한 가게였다)
곧 다가오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구시가광장에서 진행하고 있었고 새해를 외국에서 즐긴다며 들떴었지만 현실은 피곤해서 숙소로 향했다
아까 와 같이 트램 22번을 타고 Ruská 역에서 내려 잠시 물을 사기 위해 근처 작은 슈퍼에 들어갈 때 나오는 손님이 "Happy new year!"이라고 인사해 주며 가셨다
내가 생각했던 새해맞이는 아니었지만 뜻밖의 곳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새해 인사를 받았다
여기는 문이 다 열쇠로 되어있는데 우리나라처럼 한번 돌리면 열리는 게 아니라 두 번 반을 돌려야 열렸고
여러 번 돌리다 보니 방향도 헷갈려서 처음에 문을 열 때는 애를 많이 먹었다
길고 긴 하루를 저마다 정리하고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었다
그렇게 멋진 하루가 마무리 지어지나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