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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님 Oct 24. 2022

왜 갑자기 그(녀)는 개발자가 되기로 했을까?

100% 문과 예체능 비전공자였던 내가 지금은 개발자라니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가 있는데,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이다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회사 내에서 성과를 잘 내는 커리어우먼으로 자랄 줄 알았다.


그러나 20대 내내 내가 겪은 현재는 좋아하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공항이라는 장소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여행이 좋았던 것이었고, 디자인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자유가 좋았던 것이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그동안 내가 거쳐간 커리어는 디자이너, 지상직 승무원, 해외 취업, 콜센터 상담원, 여행사 사무직 등 수도 없이 많다. 오죽하면 내 친구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아직 거기 다녀?'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누구는 하나라도 진득하게 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또 누구는 과감한 선택에 놀라워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쉽게 포기하고, 쉽게 질려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모든 선택에는 나만의 고민과 불안이 늘 존재했다. 나의 20대는 방황과 불안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잠시 쉬어갈 직업을 찾았으니 꺼낼 수 있는 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아, 그래서 왜 갑자기 개발자가 되기로 했냐면... 그건 알 수 없는 계시 같은 거였다.



중국에서 잘 살고 있던 나는 2020년이 되면서 코로나로 인해 비자 연장과 취업길이 막혀 귀국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아무 일자리나 구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4개월을 넘어가니 점차 중국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개발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직업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이과 성향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28살, 수입은 있었지만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취업을 하려고 보니 내 커리어는 너무 뒤죽박죽이었다.

디자인 전공, 서비스직 종사, 중국에서 디자인을 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음..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쉽게 그만둔 결과는 처참했다. 어차피 최악인 상황에서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꽤 오랜 기간 백수로 지낼 것 같은 직감에 차라리 공부하는 백수로 지내기로 선수 쳤다. 그렇게 나는 천만 원짜리 온라인 부트캠프를 등록했다.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데, 왜 개발자에 꽂혔는지는 지금도 신기하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 무식하게도 직감에 의해 개발자로 전향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나는 언어적 감각이 있는 편이었다. 컴퓨터 언어도 그때 당시 내 눈에는 영어단어의 나열로 보였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으리라 대단한 착각을 하고 과감하게 천만 원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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