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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람 Jan 02. 2023

완치에 대한 갈망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울증은 과연 완치될 수 있는 병일까?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 초기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기자 완치에 대한 집념이 생겼다. 그런데 이런 집념이 되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듯했다. 한 치의 우울함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나의 오래된 완벽주의 모습이 다시 불쑥 나온 거였다. 우울한 감정이 들 때마다 또다시 그 시절의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불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우울증과 동고동락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이제 우울증을 일종의 만성질환처럼 여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성인병처럼 우울증도 잘 관리해주며 지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완치에 대한 갈망 대신 유지를 위한 타협에 이르자 마음이 한결 더 편해졌다. 나는 우울증을 늘 문에 비유한다. 우울증은 한 뼘 정도 열린 문과 같아서 마음 면역이 약해질 때마다 불쑥불쑥 나를 다시 찾아온다. 어둠의 기운이 스멀스멀 틈새를 따라 올라올 때마다 문을 꽉 닫고 잠가버리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그럴 땐 그냥 아이를 달래주듯 살살 어르고 타이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도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의 차이 정도는 확실히 배웠으니 이만하면 승산 있는 싸움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 시기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얻은 것은, 인생은 나에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결국에는 시간이 흐르고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또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 빠진다 한들 다시 헤쳐 나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부적과 같은 이 믿음으로 용기를 내어 글을 쓰려고 키보드도 두들겨 봤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자기애가 피어오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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