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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 Apr 19. 2023

나의 첫 아프리카, 모로코

모험심 가득한 여행을 떠나며



 나는 아직도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18번 문제를 잊지 못한다. 세계지리에서 중요하게 다룬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나 역시 제2외국어로 택했던 아랍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써먹어 풀었던 이 문제. 이제 그 문제의 답 속으로 홀로 떠난다. (가) 여행지의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여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메르주가에 도착해 사막을 향해달린다. 라마단 명절을 맞이하여 모든 이들이 유럽 여행을 떠날 때 왜 홀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모험심 어린 이 나이에 안 가면 더 이상 자유로이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약간의 긴장은 놓지 않되 시기적절한 아주 현명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그런 나라,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로. 19살 때 한 해간 공부했던 그 꼬부랑 언어와 이후 1년 간 조교로서 활동한 중동 연구소에서 들어왔던 익숙한 아랍어 표현들, 그리고 튀르키예에선 순탄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경험했으니 일어나지 않은 걱정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울러 백지장에 그려나가는 여행을 한 차례씩 해나가는 나 자신과 그 과정에서 만났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도 여행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근자감이 생긴다. {(1) 물론, 마음은 아주 단단히 먹고 있다. (2) 그러나 모로코를 직접 갔다 온 주변 이들의 말을 믿기로 했다.}


​ ​여전히 모로코 여행의 모든 것을 끊임없이 곱씹고 싶다. 이 여행은 내 평생의 기억으로 남고 싶다. 아름답지 않을 순간들도 분명히 있을 것임을 중동 국가 한복판에 살고 있는 나로서 잘 알고 있지만, 그곳에 가면 엄청난 무언가에 띵 맞아 돌아올 것만 같다.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는데, 자꾸만 끌어당기는 걸 보니 가서 찾아봐야겠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루트를 생각하고, 투어를 알아보고 결제하고 다시 머리를 박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들마저 벅차다면, 아무도 못 말리는 여행이다!




 모로코를 여행하기 열흘 전인 2023년 4월 4일 블로그에 적어둔 일기를 곱씹으며, 사하라 사막에서 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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