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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성 인 Aug 30. 2024

선샤인 청과

이름 그대로 빛나는 가게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채소와 과일을 먹어본 적이 있었나. 오색찬연 채소와 과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는 선샤인 청과. 늘 궁금했다. 어디에서 이토록 좋은 물건을 가져오는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쩜 이리 한결같은지.

이름처럼 빛나는 선샤인 청과

이곳을 지나면 익숙한 풍경. 가게 안쪽, 빨강 바구니에 저울 눈금만큼 채소를 담고 있는 사장님. 정확히는 사장님의 아들이라고 해야겠지만 온 가족이 사장님 역할을 하시기에 '사장님'이란 호칭으로 통일한다.

채소로 가득 담긴 빨강 바구니

바구니를 배열한다. 보기 좋게 나란히. 사장님의 익숙한 손길로 채소는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가로 세로 반듯반듯, 빙고를 보는 것 같다.

빨강 바구니 줄까, 파랑 바구니 줄까

이름표를 적당한 자리에 끼우는 것도 사장님의 일과. 이름표에는 비하인드가 있다. 세 식구의 서로 다른 글씨체가 섞여있는 것. 반듯반듯, 꾸불꾸불, 일필휘지.

반듯한 글씨가 동생의 것

골고루 섞여 있는 글씨. '포도'가 오빠의 글씨. 알고 보니 이름표도 재미있다. 아버지 글씨체는 흘려 쓴 글씨. 평범했던 이름표가 한순간 멋진 예술 작품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아버지와 오빠의 글씨를 구별하기가 필자는 좀 어렵다. 여러분은 구별이 되시나요?

3인 3색 이름표

그렇다. 선샤인 청과는 아버지와 아들, 딸. 세 명이 함께 하는 곳이다.

"가게 하신 지 몇 년 되신 건가요?"

"아버지는 거의 20년째 하고 계시고, 동생과 제가 같이 한 건 4년 정도 됐네요."

"가족이 함께 있다 보면 의견 충돌도 있을 것 같은데 늘 사이가 좋아 보이세요."

"네, 아버지가 워낙 잘해주시다 보니... 역할 분담을 해서 하기보다는 대부분 같이 일을 하는 편이에요. 새벽 일찍 아버지께서 직접 시장에 나가셔서 좋은 물건을 가져오시고 저녁에 일찍 들어가시긴 해요. 전에 혼자 하실 땐 거의 하루 종일 하셨죠." 

언제나 사이좋은 세 식구

"직접 물건을 떼오시는군요. 어쩐지 언제 봐도 채소와 과일이 신선하다 했어요."

"네, 삼촌도 저쪽 시장에서 청과를 하셔서. 좋은 물건이 있으면 트럭으로 보내주시기도 해요."

"지금이 한여름이잖아요. 너무 덥고 물건 관리도 쉽지 않으실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늘 저렴하게 파시는 편이라 저희는 재고를 거의 남기지 않아요. 상태가 좋을 때 싸게 판매하는 게 우리 가게 특징이에요."

"저도 지나갈 때 보면 저녁엔 거의 물건이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보통 출근은 언제 하시나요?"

"보통 오전 9시쯤 열고 저녁 9시쯤 정리해요. 일요일엔 쉬죠."

일에는 끝이 없다

"가게 이름이 멋집니다. 선샤인 청과예요."

"아, 그건 동생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팬이어서요."

"엇? 오늘 마침 티셔츠도 '미스터 선샤인'인데요?"

"네,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서 책도 사고 처음부터 네 번이나 다시 보고 완전 팬이에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볼 때마다 대사가 주는 느낌도 다르고 어느 장면을 봐도 멋져요."

"덕분에 멋진 가게 이름이 생겼네요."

헬로, 미스터 선샤인!

"지나다 보면 손님이 정말 많아요. 단골손님들도 많으시죠?"

"그렇죠. 여기가 꽤 올라와야 되는데 일부러 오셔서 물건을 사가시잖아요. 고맙죠, 항상."

"저는 선샤인 청과 덕분에 처음으로 샐러드 요리책도 사봤어요. 맛있게 먹으려고 작은 오븐도 샀어요. 채소와 과일이 너무 예뻐서 지나칠 수가 없었거든요."

익숙한 가게 풍경

"요리를 잘하시나 봐요?"

"아니오. 그냥 채소 잘라서 올리브오일 뿌려서 오븐에 넣어요. 그럼 다 맛있어져요."


선샤인 청과. 이곳 덕분에 필자의 몸과 마음은 모두 맑아진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 모퉁이 어딘가도 '선샤인 청과'처럼 빛을 주는 가게가 있지 않은가. 오늘도 필자의 집에는 '선샤인 방울토마토'와 '밤고구마'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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