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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성 인 Sep 26. 2024

커피 한 잔의 여유

느지막이 졸린 오후, 너와 내가 마주 앉아

[프롤로그]

어느 동네를 가든 우린 느지막한 오후,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졸린 몸을 깨울 커피 한 잔을 찾아가지. 머나먼 여행지, 처음 가본 동네, 네 집 근처. 작고 예쁜 카페는 필수 성지가 되었지. 오후 3시의 나른함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때의 나를 달래줄 정성 가득한 차 한 잔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런 오후를 사랑하는 것 같아. 너와 내가 한가하게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가져온 책을 읽는 유유자적한 시간. 카페 없는 동네는 이제 상상할 수 없어. 




1. 봄날의 오후 2시였지. 식사를 마치고 우린 약속이나 한 듯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 눈이 갔어. 가게만 보고도 이곳이 맛집이란 걸 알 수 있었어. 그때 말할 걸 그랬어.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고. 다른 약속 때문에 마지못해 엉덩이를 뗀 나는 금방 다시 돌아왔지. 내가 있을 곳은 여기뿐이라는 듯.

봄날의 우리



2. 무더운 여름날 들른 이곳, 난 여기가 참 좋아. 널찍한 테이블과 편안한 가죽 의자, 다른 카페엔 없는 음료와 양질의 브런치 메뉴. 일찍 닫는 것이 아쉽지만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 집밥 밖에 모르는 까다로운 아버지조차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셨었지. 우린 각자 가져온 책을 읽었고 눈부시도록 뜨거운 여름을 보낼 준비를 마쳤어. 훨훨 날아간 넌 굵고도 푸르른 나무에 앉아 쉬고 있구나.

푸르른 나무에 앉은 너



3. 오랜만에 날 보러 온 네 얼굴 가득 화사한 햇살이 가득했어. 널 이곳에 데려오고 싶었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너를 생각해, 편안하고 아늑한 곳을 갈 때마다 너와 함께 올 생각에 설레. 넌 맛있다며 감탄했고 그런 널 보며 난 뿌듯했지. 사랑해. 모든 순간에 네가 있어.

화사한 햇살을 품은 너와 함께



4. 지금도 난 종종 잊어. 꼭 빵 한 조각을 우물거리고 나서야 "아! 맞다. 사진 찍어야지." 맛있는 음식 앞에서 렌즈보다는 손이 먼저 나가는 나를 보며, 넌 그저 빙그레 웃어. 내가 올해 가봤던 가장 아름다운 카페였지. 우리 동네에서 꽤 멀긴 하지만 난 이곳에 매년 올 거야. 사장님 혼자서 모든 걸 다 하시는데 늘 그곳을 지켜주실 시길. 우리 다음에도 같이 오자.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는 날까지 함께 가는 거야.  

가장 아름다운 맛, 아름다운 카페




[에필로그]

네가 사는 동네엔 4시까지 브런치를 하는 카페가 있어. 그곳에 난 꼭 5시에 도착해. 아쉬워하며 음료만 마시고 돌아오는 날이 대부분이었지. 운 좋은 어느 오후, 난 4시 5분 전에 도착했고 드디어 브런치를 주문했지. 


내가 있는 동네의 오후 3시, 네가 사는 동네의 오후 5시. 그 중간 어디에선가 우리가 만나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포크를 꼭꼭 찍어가며 마주 볼 수 있다는 것, 축복이야. 고마워. 

사랑해, 이 모든 것들을


By 강 성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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