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22년 여름이었다. 여름의 열기를 사랑하는 나는, 매년 여름마다 지독한 성장통을 겪듯 하나씩 일을 벌린다. 이번 여름엔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블로그에서 봐둔 자전거를 직접 보러 씩씩하게 이 문으로 들어섰다. 실물이 더 멋졌던 자전거, 나는 '륜동이'라는 이름 붙여주었다. 무더운 햇살 아래, 고양시까지 청계산까지 륜동이와 난 그저 달렸다.
륜동이를 이곳에서
간판도 감각적인 이곳엔 수시로 손님들이 드나든다. 아마추어 선수, 자전거로 출퇴근하시는 분들, 날 좋은 때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내 들고 정비를 맡기는 사람들, 겨울 비수기에 고가의 자전거를 오버홀 받는 전문 동호인들, 거의 매일 수족처럼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고 동네를 거니는 어르신들. 자전거 사랑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판도 멋진 곳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운 10월의 어느 날, 륜동이를 정비하러 오랜만에 공방에 들렀다. 윤사장님은 륜동이를 번쩍 들어 상태를 확인하신다. 타이어 공기를 가득 채우고 브레이크, 체인 상태를 점검하신다. 다행히도 륜동이는 아주 좋은 컨디션을 유지 중이다. 거의 반년 가까이 주차장에 방치해 놓았는데도 꿋꿋이 잘 버티고 있었던 기특한 륜동이, 가을바람 한 번 쐬러 나가줘야지.
륜동이 정비 중
"사장님, 언제부터 사당동에 자전거 공방을 만드셨나요?"
"이곳에 공방을 오픈한 건 2021년이고요, 사당 지구대 근처에서 하고 있었어요. 자전거 정비 일을 한 건 올해로 꼭 10년째 되네요. 자전거 일을 하기 전에는 7-8년 정도 회사에 다녔었어요."
"어떻게 자전거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회사를 다니다가 권태를 느꼈어요. 그 무렵 제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었거든요. 자전거 타고 오가는 길이 아주 즐거웠어요. 그러다가 자전거 관련 일을 하며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손때 묻은 앞치마
"제가 원래 물건을 만지고 고치는 일을 좋아해요. 그러다가 마침 자전거를 만난 거죠. 자전거 정비 교육을 받으면서 기뻤어요. '나 잘하네? 이걸로 먹고살아도 되겠는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자전거를 정비할 때 가장 뿌듯하신가요?"
"다른 곳에서 못 고친 자전거를 제가 고쳤을 때 보람을 느껴요. 특이한 공구가 있어서 가능할 때도 있고, 고장 원인을 모르던 것을 제가 찾아서 해결할 때도 있죠. 그럴 때 '나 참 잘하는구나' 뿌듯하죠."
자전거 정비 '나 참 잘하는구나'
"자전거 정비하실 때 가장 즐거우신가요?"
"사실 취미가 업이 되면 즐기기가 쉽진 않아요. 실제로 이 일을 해보면 어려운 점이 많아요. 대부분 자전거 가게는 영세사업장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우면 손님이 별로 없거든요. 그럼 분위기도 싸늘해지고 마음도 추워져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죠. 전에는 자전거를 전시하고 판매도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자전거 사업이 침체기예요. 요즘은 판매는 거의 안 하고 정비 일을 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아기자기한 공방 소품
"취미는 취미일 때가 아름다운 걸까요?"
"그렇죠.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도 자주 갔는데, 이제는 잘 안타요. 집도 여기서 걸어서 7-8분 거리여서 자전거로는 1-2분 밖에 안 걸리거든요."
"아이러니하네요. 지인 분들은 자전거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 뭐라고 안 하셨나요?"
"지금도 하죠. 왜 그랬냐, 꼭 그래야만 했냐. 그렇지만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죠."
취미가 업이 된다는 것
"사장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자전거 정비보다는 프레임을 스틸 소재로 제작하는 일을 훨씬 좋아해ㅔ요. '프레임 빌딩'이라고 하죠. 이탈리아 장인이 선수 개인을 위해 수제로 자전거 제작을 했었거든요. 요즘은 메탈보다는 카본을 이용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데, 메탈로 만들면 험한 환경에서 고장이 나도 고치기도 쉽고 훨씬 튼튼하거든요."
"아, 저 프레임들이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건가요?"
"네. 저 2가지는 마포에서 프레임 빌딩을 하는 제 친구가 보내온 것들이에요. 저기에 핸들, 안장 등 원하는 대로 제작이 가능하죠. 저도 설비를 빌려서 작업을 했었는데 최근엔 7년째 못하고 있어요."
프레임 스틸
"자전거를 디자인하는 일이 어렵나요?"
"일본과 미국에는 사이클 디자인 스쿨이 꽤 있어요. 미국 포틀랜드 UBI가 유명하죠."
"프레임을 제작해서 자전거를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든다... 아, 그래서 여기가 '공방'이군요."
"그렇죠. 제 꿈은 말 그대로 자전거 '공방' 사장님이 되는 거에요. 이 자전거는 세상에 하나뿐인자전거입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자전거
"운 좋게도 자전거 정비 교육을 받을 때, 프레임 빌딩 교육을 같이 받았거든요. 그때 만든 자전거예요. 이 자전거는 얼마를 준다고 해도 절대 팔지 않는 저만의 소중한 자전거예요."
"저도 세상에 하나뿐인 저만의 자전거를 갖고 싶네요."
"프레임 빌딩, 주문 제작 가능합니다."
"네, 일단은... 제 륜동이부터 잘 보살펴볼게요."
공방 정경
자전거 공방 輪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를 타고 1-2분 거리의 출퇴근 길을 오가는 사장님이 여기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