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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성 인 Sep 19. 2024

날 집에 데려다주는 것 같아

대만 친구가 본 동네 풍경

올 한 해에만 4번 한국을 방문한 대만 친구가 있다. 우리 동네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이 친구 덕인지 모른다. 익숙해진 풍경의 당연함에, 작고 아름다운 정경을 때로 놓치곤 한다. 다시 눈을 들어보자. 낯설게 새롭게 만나는 우리 동네.


"여기 처음 왔을 때 주택 뒤에 산이 있는 게 특이했어요. 그리고 집들이 언덕에 굽이굽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요. 너무 신나서 등산도 매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걷게 되니까 피곤해요."

"번역기가 많이 발전했네요. 대화하기가 편해요."

언덕 언덕

"대만은 오토바이를 많이 타요. 곳곳에 줄지어 서있는 오토바이들을 볼 수 있지요. 한국은 자동차가 많아요. 그리고 주차 기술이 다들 대단해요. 작은 주차 공간에 반듯하게 주차하는 운전 기술을 보면 감탄하게 돼요. 아스팔트 포장도 매우 잘 되어 있고요."

"대만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 운전을 모두 하나요?"

"둘 다 운전할 수 있지만 평소에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편이에요. 한국에서 주차를 해야 한다면... 대만처럼 주차 공간이 넓지 않아서 힘들 것 같아요."

그녀에겐 너무 좁은 주차 공간

"저녁에 집에 걸어올 때, 바닥에 알알이 박힌 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아! 내가 이 길을 가야 하는구나."

"얼마 전에 그 불빛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저도 그 불빛을 참 좋아해요."

"맞아요. 그 등이 저를 집에 데려다주는 느낌이에요. 외롭지 않고 따뜻해요."

날 집에 데려다주는 너

"곳곳에 있는 난간도 그런 느낌이에요. 대만에서 잘 보지 못하는 풍경이에요. 건물 주변 곳곳에 난간이 있어요. 아마도 어르신들을 위한 것 같은데 누군가를 보호해 주는 마음이 느껴져요."

"등산로나 인도에 있는 난간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오. 건물 옆에 난간이 많이 있어요. 아마도 한국은 비도 많이 오고 눈도 내리니까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있는 것 같아요."

보호하는 마음

"아, 거리를 산책할 때마다 할머니들이 모여 계시는 것도 새로웠어요. 바람 쐬러 나오시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하시다가 채소 사러도 가시는 것 같아요. 장 보고 쉬다가 집에 가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이 매우 귀엽고 다정해요."

"맞아요. 저도 할머니들이 모여계시는 것을 볼 때마다 한 번씩 돌아보게 돼요."

"저의 할머니는 이불 장사를 하셨는데 이불 가게를 볼 때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할머니, 언제 불러도 따뜻한 이름

"맛집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한국에 4번 오는 동안 꽤 많은 식당을 다녔을 것 같은데요."

"정말 많이 돌아다녔어요. 서울, 부산, 인천, 청주, 고양, 아산, 제천, 대전, 익산... 서울 안에서도 여기저기 다녔어요. 압구정, 강남역, 노량진, 코엑스, 동대문, 동묘, 옥수동, 반포한강공원, 용산, 홍대, 이태원, 봉천동, 신림동..."

"와~ 안 가본 곳이 없네요."

4대 동네 맛집

"우리 동네에서는 여기가 맛있어요. 연어덮밥과 돈가스가 정말 맛있는 차녕식당, 골목시장에 있는 이삭토스트, 맥주 한잔에 피자를 먹을 수 있는 피자상회, 그리고 할머니 떡볶이 집이요."

"할머니 떡볶이 집은 제가 브런치에서 소개했던 곳이군요."

"네, 떡볶이 정말 맛있어요. 피자상회는 사장님이 한화이글스 야구팬이신 것 같아요. 항상 한화이글스 팀 경기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요. 연어덮밥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먹어봤는데 차녕식당이 최고예요."

인터뷰 고맙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지내면서 아쉬운 것은 없나요?"

"저는 농구 코치예요.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했고 지금도 열심히 연습해요. 가까운 농구 코트가 바닥이 흙인 게 아쉬워요. 여기 올 때 제가 가장 아끼는 농구화를 가져왔는데 동네에서는 한 번도 못 신었어요."

"그렇군요. 가까운 농구 코트를 찾아볼게요."

"아, 그리고 이곳은 밤에 정말 조용해요. 원래는 집에 오는 길에 큰 소리로 떠들면서 오는데, 여긴 너무 조용해서 걸을 때도 조심하게 돼요. 저는 밤에도 운동을 종종 하고 항상 북적북적한 것을 좋아해요."

나는 달린다

"밤에 오르막길을 열심히 달리던데, 조용한 밤길이 무섭지는 않나요?"

"저는 뛰어야 해요.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살찌는 게 걱정되거든요. 경사진 오르막길을 뛰는 것이 운동 효과가 높아요. 농구를 평소보다 자주 못하기 때문에 더 뛰어야 해요."

"등산은 어때요?"

"등산은 낮에 해야 해서 너무 더워요. 저녁에는 공기도 좋고 낮보다 시원해요. 다들 일찍 자는지 걸어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처음에 뛸 때는 조금 무서웠는데 동네에서만 뛰는 거니까 괜찮아요."

작고 예쁜 놀이터

"요즘엔 놀이터에 가서 사이클도 타고 다리를 앞뒤로 찢는 운동기구도 이용해요. 왜 이렇게 좋은 놀이터를 이제 알려줬는지 모르겠어요. 동네에 이렇게 작고 예쁜 놀이터가 많아서 좋아요."

"오늘도 여기서 운동하고 올 건가요?"

"제가 아껴서 냉장고에 넣어둔 호두과자를 친구가 먹어버려서 기운이 다 빠졌어요. 그래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놀이터의 초고속 사이클

"인터뷰 정말 고마워요. 2024년 한 해 동안 무려 4번의 한국 방문, 총 2개월을 머물렀던 것 같아요. 또 방문할 계획이 있나요?"

"제가 중국으로 농구 코치를 하러 가야 해서 올해는 어려워요. 다음에 대만에 놀러 와요. 제가 한국인은 잘 모르는 멋진 곳으로 데려갈게요. 꼭 와야 해요."

"우린 대만에 올 겨울에 가려고 했는데, 중국에서 일하면 우린 못 만나겠네요?"

"아... 제가 휴가를 맞춰서 대만에 올게요."

코치님도 어디서나 배움에 열심

새로운 눈을 열어줘서 고마워요, LAN. 모든 일들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랄게요.See U~


By 강 성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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