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뛴다

우리도 저렇게 뛰었을 텐데

by 강 성 인

아이들은 왜 그토록 자꾸 뛰는 걸까.
그 에너지와 본능 앞에서 문득 잃어버린 나를 돌아본다.




정현이는 오늘도 달린다. 그냥 뛴다. 어디서든 뛴다. 실내에서는 제발 뛰지 말라고 다친다고 사정을 해도 틈만 나면 뛴다. 점심 식사 후 10분 정도 텃밭에 간다. 몇몇 아이들이 방울토마토와 상추에 물을 주는 동안 8-9명의 아이들은 얼음땡을 한다. 또 미친 듯이 뛴다. 집에 갈 무렵, 아이들은 청소하는 틈을 타서 또 뛴다.


매일 정현이를 데리러 나오는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땀에 꼬질꼬질 찌들어 머리카락이 다 젖고 옷은 누더기가 되고 얼굴은 땀 범벅되어 질질 물길이 흐르는, 분명 아침에는 깔끔하고 귀공자 같던 아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정현이 뿐이랴.


다솜이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얼굴에 누덕누덕 땀과 뒤엉켜 들러붙고 깔끔했던 옷은 땀에 절어 누렇게 변해있다. 목덜미와 얼굴도 미끌미끌 땀으로 덮여있다. 내 딸이 아침에도 이랬나... 오늘은 어떤 꼴로 오려나... 부모님은 생각하시려나.


우리도 한때는 저 아이들처럼 틈만 나면 뛰고 싶어 했겠지. 그런데 왜 지금은 뛰라 해도 뛰지 않고, 어쩌다 뛰려면 큰 결심하고 러닝화에 러닝복까지 다 차려입고 뛰어야 하고. 심지어 그것도 지속되지 않는다. 저 아이들도 언젠가 뛰지 않는 사람이 될까. 우린 언제부터 틈만 나면 뛰려는 에너지를 잃은 것일까. 아이들을 본받아 나도 교무실까지 뛰어볼까.





그래, 아이들처럼 나도 다시 틈만 나면 뛰어보자.

누가 보든 말든 이유 없이, 그냥.

그게 나의 원래 모습일 테니까.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