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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ㅑㅇ Feb 22. 2023

고전의 아우라

엄지작가 시작하기



명화를 실제로 볼 때 느껴지는 전율이 있다.


보스턴 미술관에서 고갱과 모네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 마음에 쿵하고 무엇이 닿았던 것 같다. 2000년대 언젠가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만났던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나는 기억한다. 뉴욕의 마크 로쓰코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나보다 오래 생존해 온 그림, 음악, 이야기에 서린 힘은 꽤 세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지금 뿐 아니라 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마음에 울림을 던져주는 작품이 고전 classic이다.



나는 고전에 마음이 떨린다.

나를 우주의 먼지로 만들었다가,

또 아주 진귀한 존재로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오랜 시간 그것과 교감한 사람들의 울림이 수없이 덧칠되어, 한없이 무겁고도 무한히 가벼운 고전에 마음이 떨린다.



Unsplash - Darwin Vegher



그러나 고전은 솔직히 혼자 읽어내기 버겁다.


술버릇 삼아 책을 사고, 읽지 않아도 뿌듯한 책을 책장에 채워가기만 한 지 어언 40년. 이젠 v-club이라는 온라인 북클럽에서 얼굴, 목소리 모르는 이들과 함께 읽으며 톡으로 생각을 나눈다.  


낯선 이들과 조금씩 같이 읽어 가는 것.

이게 생각보다 괜찮다.


2021년 늦은 여름부터 함께 읽었는데, 마음에 빚진 것처럼 쌓여만 있었던 고전 문학 책들이 완독 리스트에 착착 올라간다. 아니 완독 하지 않아도 좋더라. 몇몇 문장만으로 충분한 책도 있었다.


다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문장과 상황 안으로 들어가서, 그 책이 주는 무게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더라.


이미 세상에 없는 작가는 내가 어떻게 느끼든 뭐라 하지 않는다. 나만의 생각 골짜기를 만들기도 하고, 남들이 만든 다리를 건너가 보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읽으며 나눈 짧은 생각과 이야기를 따로 또 묶어본다.


짧은 톡에서 시작됐기에 엄지작가라고 이름 붙였다.


Unsplash- Sabri Tuzcu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사차원 고전의 아우라를 나눠보고 싶다. 읽다가 옆을 보면 과거가 보이고, 뒤를 돌아보면 미래와 현재가 있다. 미래로도 통하고 과거로도 통하는 포털, 여기로도 저기로도 갈 수 있는 웜홀 같은 고전문학에서 지금, 그리고 나를 발견하는 일을 공유해보고 싶다.


나누는 게 혹시 잘 안되더라도.

벽에 대고 얘기해도. 메아리는 남지 않을까…


일단 시작해 본다.



2022.12. 현재, 여기에서 씀.

2023.02. 현재, 여기에서 발행.

2023.10. 현재, 브런치북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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