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멕켄지 Nov 16. 2022

마흔셋 남편의 첫 출근날

마흔셋 남편의 공무원 첫 출근이 시작된 주.

결혼 5년 차,

두 돌, 세 돌 된 아이 아빠가 그렇게 첫 출근을 했다.


입시 강사로 개인 수업을 했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을 시키며 벌이를 했지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밤에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공유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부부 삶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고 그래서 이직을 했다.



남편은 요즘 무척 고무되어 있다. 비록 젊은 시절  준비했던 사시나 경찰간부 시험 합격은 아니었지만 최근 5주간의 연수원 생활도 행복해 보였다. 집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들었는데 삼시세끼 잘 나온다는 그 유명한 맛집 연수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도 잘 먹고 하고 싶었던 운동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첫 출근을 한, 한 주의 시작.

우리 부부가 그토록 바라던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남편은 생각보다 본인이 선택한 직렬이 적성에 잘 맞아 하루하루가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와이프인 내가 중간중간 찬물을 끼얹는다.


내 상태가 그렇다.  

충분히 대화로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서운하다.

연수 때문에 5주간의 독박 육아로 지쳐있던 심신이 남편이 오면서 다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여독처럼 남아있다.

남편도 출근하고 아이들도 이제 어린이집 보내면서 뭔가 자유를 찾을 줄 알았는데 외롭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이 감정을 토닥토닥해줄 줄 알았는데

그리고 항상 그래 왔던 남편이었는데

어제는 나더러 어떡하냐는 식으로 불편하다고 말하는 남편 앞에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남편의 도약과 기쁨이 아내의 성취감과 연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그고 나는 나인가 보다.

그는 합격 후 주위에서 축하받고 본인 일을 시작하면서 고생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결과로써 체감하는데

이 시간이 올 때까지 서포트한 나의 시간들은 보상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물론 대단한 보상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오히려 공허함이 쓰나미처럼 나에게 몰려왔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가 살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내 마음만 이렇지 놀라울 만큼 남편이 퇴근 후 우리 가정의 일상은 여느 때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돌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이 기로에 브런치가 내 삶에 들어와서..




https://brunch.co.kr/@ea57da9bacd24b5/5


https://brunch.co.kr/@ea57da9bacd24b5/2



 

매거진의 이전글 독박 육아할 때 남편이 알아줬으면 하는 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