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이즈음이면 언제나 나는 영남알프스의 주변 사과 농원을 찾는다 특별힌 사과 과수원과 연이 닿아있는 적은 없지만 지나다 보면 과수원 앞 길거리에 내다 놓고 파는 햇사과를 사기도 하고 사과가 달린 과수원 풍경을 눈에 담아 오기도 한다 사과는 내게 감이나 딸기에 얽힌 추억만큼이나 커다란 추억을 지닌 과일이다
정양이라는 친구 집에 사과나무가 있었다 친구를 집에 잘 들이지 않은 그 집에 숙제를 하기 위해 특별히 딱 한번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 마당에는 우리 집에 없는 사과나무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사과는 경북 대구에서만 키우는 것으로 알고 사람들이 부산에는 잘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집에는 사과를 키우고 있었고 약을 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종류가 그런지 세상에서 제일 작고 붉은 사과가 달린 나무를 보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여태 본 적 없던 작고 붉은 사과가 신기하여 나무 곁에서 한참을 서있자 친구는 한 개를 따서 내게 주고 자신도 한 개를 따서 입에 배어 물었다 <맛있다 작아도 참 맛있어> 라며 오물오물 순식간에 그 작은 사과를 다 먹어버렸다 나도 따라서 한입 베어 물고는 몇개를 더 따서는 그 아이의 집으로 들어가 숙제를 했다
숙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버지께 시과 얘기를 했고 우리도 사과를 키우자고 졸랐다 어이없어 하시던 아버지께서는 의서에서 과수원을 하는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고 드디어 우리 집에도 사과나무를 키우게 되었다 의성 형산강 부근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던 삼촌은 제법 키가 큰 사과나무를 우리 집으로 가져 왔다 얼마의 세월이 흐르고 사과꽃이 피었다 정양이 집에서 본 사과보다 훨씬 더 크고 예뻤다 하지만 약을 치지 않으니 몇 개 열지 않았고 그래도 나무에서 사과는 꽤 잘 자랐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점점 큰 열매를 맺었고 내가 기대했던 크기의 신기한 사과가 아니어서인지 언젠가부터는 관심밖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 사과나무는 나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나는 어린 나의 손안에 꼭 쥐어지는 체리보다 조금 더 큰 한입 사과가 좋다 지나치게 크고 튼실한 아오리 홍로 홍옥 부사도 좋아하지만 토종 사과의 적당히 작고 붉은 사과를 만나면 꼭 사게 된다 어쩌면 어릴 적 친구의 집에 있던 그 사과나무와 한입 베어 물었던 손안에 들어가는 그 작은 사과맛을 찾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