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요즘은 성냥갑을 모으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담배를 피워도 불을 붙여도 라이터가 그 자리를 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전 치과에 근무하던 고모의 취미는 성냥갑을 모으는 것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면서 성냥갑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하여 제법 많은 양의 성낭갑을 모아 서랍에 넣어두곤 했다 삼촌 고모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대가족이라 그런지 이방 저방 다니면서 식구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는 저절로 알면서 그렇거니 하고 혹시라도 성냥갑이 보이면 가져다 주곤 했다
왜 성냥갑을 모으는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그게 유행이었나보다 자신들이 어디를 갔다왔는지를 기억하기 위한 용도로 시작된 것이 취미로 발전하기도 하고 남들이 하니 나도 하는 심정으로 성냥갑 모으기가 대세를 이루었던 시기가 있었다 고모는 당시에 미니스커트도 입었으니 아마도 유행의 첨단을 걸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취미가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고모는 시집을 가면서 성냥갑을 가지고 가지는 않았다 대신 감찬삼의 세계여행이라는 전자류와 꽤 여러권의 책들만 가지고 갔다 고모가 버리고 간 성냥갑은 하루아침에 팽당하고 집안 여기저기를 나뒹굴었다 어느 날 할머니는 박스채로 마당 한가운데 모아놓고 돈도 안되는 이런 것은 왜 모았냐면서 불을 붙여서는 다 태워 버렸다
성냥갑은 이렇게 아끼면서 사라졌는데도 우리집에 와도 다시 찾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이무튼 동시에 성냥갑 모으는 유행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에는 쓸일도 받을 일도 없지만 당시에는 실내에서도 담배피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가는 곳마다 성냥갑은 업소의 입구 계산대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양한 그림과 무늬 디자인이 예쁜 성냥갑을 보면서 위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성냥갑에 그다지 눈을 두지 않았고 그래도 고모의 취미였으니 가는 곳마다 성냥갑을 가져다가 고모에게 주면 좋아하는 고모의 환한 얼굴을 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