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

by 김지숙 작가의 집

산동네




내가 살던 동네에는 아주 맑은 도랑물이 산에서 내려왔다 그 고랑물을 따라 올라가면 도랑가 한 쪽으로는 무허가 판자촌이 줄지어 얼기설기 지붕을 엮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랑 반대편으로는 관사가 있어 대부분은 기와집들이 지어져 있었다

산동네는 도랑옆 판잣집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동산에까지 이르렀고 지금은 산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지고 전부 집터로 자리잡아 어디가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학교가 파하면 짝지를 하던 친한 친구를 따라 산동네로 놀러가곤 했다 산동네에가면 집으로 가는 길이 나무로 들러싸여 있고 그다지 알수 없는 집과 부엌의 경계를 드나들며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곤 했다

친구 엄마는 친구를 데려왔다고 사과를 깎아줬는데, 김치를 담던 도마에 마늘을 다졌는지 껍질을 까지 않은 사과에서 마늘냄새가 첫입에 푹 났다 냄새와 소리에 민감하던 당시의 나는 한입만 베어물고는 더이상 사과를 먹지 않았다 친구 엄마는 사과를 안좋아하냐는 말을 했고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이렇게 빼빼하지 빼빼장구네>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뒤로 아이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고 내 별명은 친구들 사이에서 빼빼장구가 되었다

지금이야 나잇살이 붙어 그때에 비하면 장군감의 몸부게로 변했지만 빼빼장구 소리는 한동안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그 친구집을 꽤 여러번 들락거렸다 산동네에 사는 그 친구의 엄마는 우리 할머니 나이쯤인 것도 뒤늦게 알았다 친구의 엄마는 쉰나이에 그 아이를 낳아 쉰동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말 뜻을 몰랐지만 알고 나니 그 친구의 언니 오빠와는 터울이 꽤 났고 그 짝꿍 친구가 왜 그렇게 우리집에 자주 놀러 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친구는 같이 놀 친구도 숙제할 공간도 마땅찮아 우리집에서 숙제를 끝내고 한참을 같이 놀다가 마지막으로 산동네 자기 집으로까지 가서야 비로소 헤어져 돌아오곤 했었다 그때만 해도 산동네는 길도 많이 복잡하고 좁았다 실컨 놀다가 어둑어둑한 길을 단숨에 달려 내려오면 그 달려 내려오는 경사각도에 마치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듯 신이 나기도 했다

산동네는 또다른 나의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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