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여행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골목여행




지금도 여전히 나는 오래된 마을의 골목을 걷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자주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나고 기회가 된다면 골목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골목을 언제나 많은 느낌을 가져다준다 과거와 현재가공존하기도 하고 가난과 부유함이 있음과 없음이 활기와 고요가 또한 공존하는 공간이다

간혹 오래된 골목에서 오래된 역사를 찾기도 하지만 내게는 나의 어린시절 추억을 만나는 경우가 훨씬 더 반갑다 기와를 얹은 목조주택과 아기자기한 화단에 내 아버지가 즐겨 가꾸시던 꽃들이 마구 피어있는 정원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오고 오랜 친구가 사는 집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 내가 태어나고 살던 마을의 골목은 철도역이 있는 곳이라면 늘 만나는 일제시대의 관사 즉 적산가옥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골목이 두부모처럼 사통팔달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산동네를 올라가면 작은 길이 사람들의 어께도 비껴갈 수 없을 만큼 좁게 나 있었다 산동네는 주로 판자로 지어져 있었고 집지붕도 커다란 갑바를 얹은 위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멩이나 폐타이어 같은 것들을 얹어 둔 형태였다

적산가옥이 있는 골목에서 우리는 술래잡기를 하다가 어느틈엔가 산동네로 행하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의 집이 이곳자곳에 흩어져 있다보니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목적으로 이집 저집을 옮겨 다니곤 했다

골목여행은 일상 속에서 낯선 곳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어쩌면 좁은 나라 안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낯선 재미를 누리기 좋은 점을 지녔다 한적한 길을 걷거나 목적없이 미로를 걷는 설렘은 걸어보는 즐거움을 아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집집마다 다른 특색이 있다 골목길에서 똑 같은 집은 하나도 만나본 적이 없다 최근래에 지어진 집들이야 외양이 비슷한 집들이 자주 눈에 띠지만 제법 세월을 보낸 티를 내는 집들은 하나같이 다른 외모를 지닌다 그래서 골목골목 집을 쳐다보면 사람의 모습처럼 모두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일르 바라본느 마음도 매력적인 공간에 쉽게 빠져든다

요즘은 오래된 마음의 담벼락에 그림이나 글귀 등을 써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골목길 보다는 자연스레 나이가 든 골목길이 좋다 일일이 작위적으로 그려놓은 정성을생각하여 보기도 하지만 그런 골목을 일부러 찾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골목길을 자주 찾고 걷는 이유는 어쩌면 사라진 어린 시절의 작은 추억조각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이다 아무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그리고 말해도 공감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어린 날의 삶의 풍경들을 낯선 골목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길 꿈꾸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풍경을 만나는 날이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래서 나의 골목여행은 언제나 낯선 길 속에서 낯익은 풍경을 가진 골목을 만나면 설렘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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