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건너 마을
철길은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생각하면 늘 더불어 생각하게 되는 공간이다 아이들과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기차에서 떨어진 석필을 만드는 재료인 활석 덩어리를 너도나도 주워서 시멘트 바닥에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몇몇아이들은 갈탄이라는 검은 석탄을 주워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하루에 몇번씩 기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을 기차를 따라서 옆에 나 있는 학교가는 길을 같이 달려가면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하루는 아이들과 철길이 나 있는 길을 건너 꽤 멀리까지 놀러갔다 여태가 본적 없는 동네였고 그 곳에는 교회도 있고 시장도 있었다 학교 주변만을 떠돌아다니고 멀리 간다고 해야 산동내를 갈 뿐이었던 어린 내게 철길 건너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은 나름 모험이었다
그곳에는 여태 본적이 없는 시장이 있었다 난전과 건물이 섞인 요즘같으면 오일장 형태의 큰 장이었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갖가지 물건들이 많이 있었고 극장도 있었다 때마침 그곳에서 같은 반 친구가 자기 집이라면서 극장 옆 골목에서 불숙 튀어 나왔다 신기했고 반가웠다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착한 아이였다 반갑게 만나서 같이 놀면서 자기집에 놀러가자고 했다 몇몇 아이들과 그 집으로 가니 그 집은 석유를 파는 대리점 일을 하고 있었고 집 앞 유리문 옆에는 석유라는 큰 글시가 붙어 있었다 그 친구의 오빠도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친구 오빠는 호스를 석유통에 꽂더니 입으로 석유를 빨아서 올려 사러 온 사람의 드럼통에 넣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본 광경이었다 석유냄새가 지독한데 저걸 어떻게 입으로 빨아서 올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구경하는 여자 아이들의 눈이 너무 많아서인지 그 친구 오빠는 잘 하려다가 그만 석유를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쾍쾍거리며 석유를 뱉었으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 친구는 자기 오빠를 따라 갔는데 다녀와서 하는 말이 회충이 모두 거구로 다 빠져나왔다고 했다 우리는 기겁을 하면서 그 집을 뛰쳐나왔다 그 친구가 사는 집을 나와서 그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극장의 그림들을 봤다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가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가끔씩 이 영화관에서 어둠 속에서 자리를 찾아 앉는 꿈을 꾸곤 한다 그렇다고 그 영화관을 좋아한다거나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닌데 가끔씩 꿈속에서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영화가 끝나거나 시작하기 전의 환한 상태의 영화관 안에서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꿈도 꾸곤 한다 그 당시의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그대로 꿈에서 본다 그리고 그 당시에 몰려다니던 꼬마 친구들이 그립다 나는 그들이 그리운 것일까 소식도 모르고 얼굴도 무지 달라졌을 그 아이들의 어린 추억들은 아직 나의 머릿속에서 그때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