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연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연탄



시골길을 걷다가 문덕 도랑가에 한겨울 내내 던져놓은 것 같은 연탄 산을 보게 되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하야하게 타버린 연탄이다 지금도 연탄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 연탄은 우리가 산업화 시대를 살아오면서 사용하였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일제시대인 1927년 구공탄이 처음 도입되었고 194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정용으로 널리쓰였으며 1966년부터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중심을 석탄에서 석유로 옮겨가기 시작했지만 70년대에도 여전히 연탄은 가정의 주요 열원이었다

연탄은 연밥을 닮았다고 하여 연꽃연탄이라고 한다 이연꽃탄을 내가 국민학교 중학교를 다닐 무렵에서도 사용되었다 연탄은 다로 광을 만들어 쌓아둘 정도로 중요한 존재였고 연탄광에 연탄이 가득 차고 쌀독에 살이 가득차고 장독에 김장김치가 완성되면 장손 며느리였던 엄마의 겨울 준비는 끝이 났다

친척집에 다니러 가도 연탄 갈 시간이 되면 돌아오시고 밤잠을 자다가도 연탄 갈 시간이면 일어나서 연탄을 갈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하루는 멀리 사는 친척의 잔치가 있어 다니러 간 엄마가 내게 연탄을 몇시에 갈아야 한다 그래서 연탄을 갈려고 하니 그 때까지 한번도 연탄을 어떻게 갈지를 몰랐다 흰연탄을 위에 두는지 검은 연탄을 위에 두는지 경우의 수는 두가지 밖에 안되지만 잘못되면 한겨울밤을 꽃꽃 언몸으로 지내야 했기에 다이얼식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검은 연탄이 위로 온다고 했다

우리집은 대부분은 석유곤로 난로를 쓰던 때였고 내 기억에 연탄은 온돌방만 사용하던 터였다 나와의 통화 내용을 듣던 친척들은 엄마에게 그나이가 되도록 연탄불도 갈 줄 모르냐면서 웃음꽃이 피었다고 했다 내가 연탄을 잘못 갈았는지 나는 그날 피운 연탄으로 가스를 마시고 죽을 뻔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고 늦게 돌아오신 부모님은 늦게 일어나서 나는 한동안 힘들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참뒤에야 눈을 떴는데 당시에는 병원도 멀었고 일요일은 병원도 약국도 열지않아 연탄가스를 마시면 동치미 국물과 찬바람이 비상대책이었던지라 동치미 국물을 올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내가 연탄을 갈면서 부엌문을 조금 열어둬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내방에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틈으로 부억에 갇혀있던 연탄가스가 방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이후로 우리집은 석유보일러로 바꾸고 틈도 메워서 두번 다시 연탄가스를 마시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연탄을 보면 언제나 연탄가스의 그 메코롬한 냄새를 떠올린다 생사의 귀로에서 살아남은 자의 생존본능일지 모른다

이후 살아오면서 연탄직불로 고기굽는 식당은 한번도 가지 않았다 연탄소리만 들어도 그 연탄가스 냄새가 기억났다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연탄 하면 그 냄새가 떠오른다 연꽃연탄 내가 좋아하는 연꽃씨를 닮은 연탄 이름만은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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