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집 아이
관사가 있던 골목길은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벚나무가 있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심은 나무 같았다 벚나무는 송충이가 많았다 벚나무가 길거리의 가로수로 나있었기 때문에 길을 지나다 보면 가끔씩은 어깨 위로 송충이가 뚝뚝 떨어져서는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버찌가 익을 즈음이면 떨어진 버찌를 발로 밟고 흑자줏빛 구슬이 터지는 느낌은 재미있었다 그 열매를 따다가는 소꿉놀이도 하고 따기 위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벚나무가 있던 골목 끝집에는 내 친구가 살았다 아주 내성적이고 마음씨가 고운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가 전학 온 후로는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 친구 집 앞까지 간 적이 몇 번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집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늘 대문이 열려 있던 우리 집과는 달리 그 친구는 항상 밖으로 나와서 잘 놀다가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손을 씻거나 하는 일이 생겨도 씻지 않고 저 혼자 들어가면서 나에게도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친구의 엄마는 새엄마였고 그 친구는 그런 말을 내게 절대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얼굴에 울음이 남아 눈이 글썽거리며 대문을 나서는 모습을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친구는 이사를 갔고 나는 벚나무집 앞을 지날 때마다 착하고 예쁜 그늘이 많은 그 친구를 잊지 못하고 생각하곤 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친구였는데 그 얼굴이 눈에 선한 지금 그 친구는 어떻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가끔씩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