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시중에 파는 음료수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에는 계절이나 생일 명절 제사를 막론하고 무슨 날이다 싶으면 식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었다 더군다나 달달하고 시원한 한겨울에 먹는 식혜맛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가슴속이 뻥 뚫리듯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식구들이 모두 엄마가 만든 식혜를 좋아해서 겨울에 특히 자주 먹었다 엄마가 식혜를 만들때에는 커다란 대야에 엿기름을 풀어 불린다음 꽤 오랜시간 손으로 엿기름을 박박 문질렀다 그리고는 하얀 물을 따로 받아 엿기름에서 뿌연 물이 나오지 않을때까지 주물렀다 나온 하얀 물은 배보자기로 걸러 가면서 건데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한참을 물을 그냥 두고는 하얀 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두었다가 맑은 물만 따라서 놓 미리 져 둔 고두밥에 붓고는 커다란 찜통 안에 그릇을 넣고 그 그릇에 엿기름과 고두밥을 넣고는 아주 약한 불을 피워 따뜻한 온기를 더해 준다
더 오래 전에 엄마는 아예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엿기름을 삭혀 식혜를 만들었던 기억도 난다 수시로 이불을 덮었다 열었다 하면서 식혜가 되어가던 과정을 살피면서 오락가락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시간을 잘못 넘기면 식혜가 쉬어버린다고도 했다
다된 식혜는 한번끓여서 설탕을 넣어 당도를 맞추고는 바깥에 내어두고 오며 가며 사람들이 먹기도 하고 손님대접도 하는데 추운 겨울 날씨에 먹는 식혜는 살얼음이 적당히 얼어서 목넘김이 참 좋았다
요즘도 나는 식혜는 자주 해 먹는 편이다 시중에서 파는 식혜를 사 먹어도 엿기름 맛이 약해서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엿기름도 재래시장에 가서 사면 장만한지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살 수 있어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을 선호한다 엄마의 방식대로 똑같이 커다란 대야에 엿기름을 붓고 물을 부어 불린 다음 시간이 지나 촉촉해지면 주무르기 시작해서 엿기름 물을 만들고 면보에 건데기를 건져내고 맑은 물리 되기를 기다렸다가 전기밥솥에 붓고 고두밥을 따로 하기도 하지만 흰쌀밥이나 단호박을 삶아서 간 상태로 밥솥에 함께 넣어 주기도 한다 3시간 정도가 지나면 밥알이 올라오고 양이 많으면 시간을 더 주어야 한다
밥알이 올라오면 밥솥에서 냄비로 옮겨와서는 레인지 위에서 한소끔 잘 끓인다 끓일 때에는 설탕이나 소금 등으로 맛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고 잘 지켜서서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한순간에 끓어 넘치면 반이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끓인 식혜는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음료수를 대신해서 마시곤 한다 손님 접대용으로는 잣이나 대추를 예쁘게 썰어 고명으로 얹어 내기도 한다
요즘은 생강맛이 더한 식혜가 좋아서 생강을 한토막 끓일 때에 넣기도 하고 생강가루를 미리 밥솥에 삭힐 때에 넣기도 한다 식혜는 엄마가 만든 것 다음으로 내가 만든 것이 내 입에는 맛있게 느껴진다 엄마의 식혜 맛의 재현은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