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by 김지숙 작가의 집

동치미




동치미는 한겨울 동지팥죽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동치미의 어원은 겨울 동冬 김치의 침채 침沈에서 오는 말이다 겨울에 막는 김치라는 말에 접미사가이가 붙어 동치미가 되었다

한겨울 내내 시원한 동치미를 먹는 것은 팥죽을 먹는 날이 아니어도 연탄가스를 마시고 머리가 어질어질 할 때에 눈앞에 어김없이 나타나곤 했다 엄마가 택한 동치미 무는 일반 무와는 달리 작고 물기가 많은 길이가 짧고 타원형이긴 하지만 동글동글한 초롱무가 아니었을까 달랑무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달랑무는 총각무알타리무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조금 다른 종류의 무이다

다른 무로 담그면 맛이 없다고 늘 이 초롱무만을 고집하셨다 우리나라에 무 종류도 참 많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순무 홍당무 사탕무 콜라비무 남지무 복지무 알타리무 초롱무 청피홍심무 열무 자색무 보르도무 시래기무 척환무 20일무 레디쉬 등등 수많은 무가 있지만 흔히 접하는 무 종류는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다

동치미를 담그는 날이면 앞마당에 제법 작은 산을 이룰 만큼 무를 사다가 손질하고는 땅을 파서 독을 묻어 두었다 깨끗히 손질한 동치미용 무를 넓은 그릇에 소금을 뿌리면서 살짝 절여두고 동치미무의 줄기도 돌돌 감아 흐트러지지 않게 갈무리했다 묻어 놓은 독에 절인 무를 채곡 채곡 담고는 끓인 물에 소금을 녹인 물을 무가 잠기도록 부서주고는 통마늘 대파 배 생강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등을 올려 주고는 소금을 위에 조금 뿌리고 면보를 덮고 장독 뚜겅을 덮어주었다 장독 뚜껑을 덮고나서도 그 위에 비닐 가마니 같은 것을 덮고 도독하게 다시 천으로 덮어 장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엄마는 양파나 설탕을 넣지 않았다 양파를 넣으면 무가 물러지고 설탕을 넣으면 한맛이 덜하다고 했다 한겨울 가장 추울 즈음 아랫목에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군고구마를 먹거나 팥죽을 먹을 때 이 살얼음이 사각사각하는 동치미 국물이 빠지지 않았다

지금은 이 초롱무를 보면 그즈음 먹었던 동치미가 생각난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동치미를 잘 먹지 않는다 어쩌다가 죽집에 가서 죽을 사먹어도 커다란 동치미 무를 썰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나박썰기로 잘게 썰어서 국물김치로 만들어 내어 놓는다

옛날의 동치미국 물이 먹고 싶어서 나도 동치미를 담글요량으로 초롱무 한단을 사서 동치미를 담갔다 양이 많아서 다섯개만 담고 나머지는 소고기 뭇국을 끓이고 무채 나물을 만들었다 엄마가 하던 방식대로 종치미를 소금에 살짤 절인 후 끓인 물에 소금을 녹이고 식을 즈음 동치미를 통에 담고 무가 잠길정도로 물을 붓고 살짝 짠맛이 나도록 간을 맞추고 홍고추 청고추 배 생강 마늘 등을 고면으로 얹어 동치미를 완성했다 온갖 정성을 쏟아서인지 의외로 성공했다 엄마의 손맛을 비슷하게 닮아있었다 김치 냉장고의 신공일까

식구둘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동치미를 만들어 삭혀서는 지난 해 겨울 내내 나 혼자서 꺼내 먹으면서 잘 만들었네 잘 만들었어 혼자서 자화자찬을 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는 이제 동치미는 잠 담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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