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by 김지숙 작가의 집

동지팥죽



동지팥죽은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동지 팥죽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엄마는 아마도 기억상 동지팥죽을 많은 양을 만들어서는 동지가 지나고 해가 바뀔 때까지 몇날 몇일을 팥죽을 먹곤 했다 동네사람들이 오가면 한그릇씩 나누기도 하고 이웃에 한그릇씩 퍼주는것은 다반사였다 새알심이 찰떡처럼 늘어져서는팥죽안에 퍼져 허물거리는 것을 먹기 싫어하던 내게 팥죽을 제 나이만큼은 새알심을 먹어야 사람구실을 한다고 억지로 먹게 했다

입이 짧아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 많았는데, 어린시절 동지팥죽의 새알심은 싫어하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계절이 바뀌면 늘 걸린 목감기 뒤끝에 목줄기를 따라 남아있던 가래 때문인지 새알심을 먹다가 목줄기를 따라 길게 걸려 목이 막혀 죽을 뻔했다 켁켁거리는 내게 엄마는 먹기 싫어서 엄쌀을 부리는줄 알았던 지 식구가 많았던 때문에 그다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지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정말 먹기싫어서 엄마가 자리를 뜨면 새알심을 건져 엄마의 그릇에 거의다 담아놓기 일쑤였다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거제도가 친정이었던 엄마의 고향에서는 고구마와 팥 돈부 같은 콩류를 유독 많이 보내왔다 그래서인지 동지팥죽에는 다른집보다도 많은 양의 파을 앙금을 내어 새알심을 넣어 만들곤 했다 팥을 하루전날 이미 충분히 불려두곤 물을 충분히 붓고 소금을 적당량을 부어 한번 삶아내고는 다시 물을 3배이상 부어 동지 시간에 맞춰서 팥을 끓였다 팥이 다 물러져서 퍼지기 시작하면 그런 다음 체망에 팥껍질을 거르고 다시 면보에 걸러서는 팥의 걷껍질을 모두 제거하여 팥 앙큼만 취하고 껍질은 따로 분리했다

찹쌀가루를 따로 준비하고 소금을 조금넣어저어준 후 팔팔 끓는물을 조금씩 나눠가며 익반죽을 한뒤 옹심이 새알심을 동글동글 만들어준다 그리고는 따로 분리한 앙금 팥죽을 커다란 솥에 부어 끓이면서 새알심을 넣고는 익을때까지 저어준다 부지런히 젓지 않으면 바닥에 눌러붙어 팥누룽지를 먹을 수도 있다

새알심을 좋아하거나 않거나에 상관없이 나이수 만큼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다 다끓인 팥죽에는 설탕이나 소금을 넣어 먹는다 우리집에서는 소금을 넣어먹었다

지금껏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내손으로 끓여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어리적 입맛으로 팥맛은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새알심이 없는 팥죽을 자주 끓이고 새알심 대신 삶을 밤을 넣은 팥죽과 팥고물이 들어간 팥수수떡은 좋아한다 지금도 허물어진 찰떡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쫄깃하게 적당히 굳은 찰떡은 꿀에 찍어서 먹는 편이다 세월이 무수하게 흘렀지만 입맛을 잘 바뀌지 않는다 허물허물한 새알심이 든 동지팥죽을 먹고싶은 생각은 여전히 지금도 나지 않는다 허물거리는 새알심이 목에 걸려 숨을 못쉬었던 그 불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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