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탕
갓 잡은 물고기의 생선살 으깨 밀가루로 뭉쳐
열 가해 튀긴 생선묵 하굣길 문방구에 조르르 달려가
간장 찍어 먹던 푹 퍼진
그 어묵 끓여준다기에 선뜻 따라 앉은 친구 식탁
퉁퉁 불은 어묵탕 내어 놓고
답 기다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
냉큼 크게 한입 베어 물고는
혀끝을 치는 물컹한 맛에 어쩌지 못하고
‘맛있다 정말 맛있다’
퉁퉁 불은 어묵 당실당실 그 마음 밴 달짜근한 맛
그때 그 맛에 예쁜 마음 더 담긴 푸근한 어묵탕
영어로 fish cake는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카마보코蒲鉾라는 우리들의 식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흔히 쓰는 오뎅은 술안주용으로 여러 재료들을 넣은 꼬치로 탕요리에 해당된다 이 오뎅이라는 표현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건너가는 동안 바뀐 말의 예로 우리말 표현으로는 어묵탕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생선숙편 생선문주가 있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고 일반인이 먹고 일상속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기 즈음에는 부산에는 길거리 음식으로 밀가루를 생선살보다 더 많이 넣은 대중들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어묵은 부산지역에는 봉래동 소재의 삼진어묵 부평동의 범표어묵 환공어묵 미도어묵 부전동의 고래사 어묵 초량동의 영진어묵 등 어묵공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생선살뿐 아니라 뼈 껍질 등을 모두 넣기 때문에 어육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학창 시절에는 어묵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디에서 파는지 요즘 표현으로는 관심이 일도 없었다 식탁에 올라오면 먹고 도시락 반찬으로 들어 있으면 먹고 친구들과 시험이 끝나면 남포동나들이를 하면서 비빔당면 단팥죽 종각가락국수 완당 어묵꼬지 장어구이 고갈비 등을 먹으며 지냈다
어묵에 대한 추억은 참 길고 많은 사람들과도 얽혀 있다 하지만 가장 추억에 가까운 경우는 아무래도 오작 나만을 위해 끓여준 친구의 어묵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이미 엄마가 되고 나서 생각하니 가족을 위해 늘 음식을 만들고 챙겨준 울 엄마의 지극한 가족 사랑에 대한 섭섭함이 양심 속에서 확 찔리는 부분이 없지 않던
물론 그 마음을 제하고 나서 가장 나를 위해 챙겨준 밥상이 생각나는 어묵과 관련된 기억이 나서 쓴 시이다 어묵은 사실 그냥 먹는 것 같아도 선호도의 차이가 있다 푹 퍼진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꼬들 꼬들한 맛에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매운 것을 좋아하거나 순한 맛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는 퍼진 어묵은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가 퍼진 어묵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잘 몰랐던 모양이다 끓이고 끓이면서 푹 퍼져서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 어묵탕을 내어놓고는 나의 반응을 잔뜩 기대를 하듯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성의를 생각해서 맛있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배가 고픈 시간이라 배고픈 김에 맛있게 잘 먹긴 했다 TV속에서 여행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외국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혹은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 속에서 혹은 다문화 고부열전 같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내어준 그곳의 음식 문화에 엄지 척을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때로는 맛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예의와 사람 그 정성으로 음식을 먹는다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먹는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