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5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전차

by 김지숙 작가의 집 Jan 12. 2024

전차



          

전차종점 토성동 이모집에 가던 날 

마침 혼삿날이라 사람들이 북적대고 

온 집에 가득 음식이 지천이다 

할랑할랑 8살 인생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음식을 본 적이 없다 

이것저것 한상 가득 내어 준

환한 이모 마음과 달리

입 짧은 내가 먹은 밀감 한 조각 

아릿하게 바라보는 이모를 뒤로 하고 

집에 오는 길 종점에서

전차 타고 밖으로 내다보면

가만히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과 집 하뭇하고 신기한 풍경 

전차 타는 날은 소풍 가는 날 




우연한 기회로 대신동 동아대 박물관에 전시된 전차를 보게 되었다 

부산의 전차釜山電車는 1915년에 건설되어 1968년까지 부산시내를 운영하던 노면전차이다 이 전차는 반강제半鋼製보기식 Bogie式궤도차량이다 부산에서의 노선은 범일정(凡一町; 현 범일선 - 3,979m  목도(牧島; 현 영도선 - 1,966m 장수(長手; 현 광복선 - 3,376m 대청정(大廳町; 현 대청선 - 1,488m 동래선 - 10,906m이고 주요 거점 환승역으로는 온천장 서면 영도 시청 앞 운동장이었다 부산전차는 소형중형대형 미제 등으로 운영되었으며 기억 속에 있는 전차의 이미지는 미제로 길이 14미터 높이는 3.2미터 폭 2.4미터 크기로 대신동 동아대캠퍼스에 학습용으로 기증되어 문화재로 보관되어 있다 

이후 교통이 발달되면서 전차가 애물단지로 취급되면서 모두 사라지고 미국에서 보내온 전차는 지금의 전철과 달리 전차의 속도는 시속 40 km로 무척 느렸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산시내를 빠르게 이동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1950년 대에 들어서면서 버스들이 시내를 활보하고 전차궤도는 찬밥신세가 되어 버렸고 최근 들면서는 역사와 생태를 고려한다면 친환경운송기간이라는 전차에 대한 부활을 운운하기도 한다

내가 전차를 타 본 것은 시기적으로 전차가 운영되던 마지막 시점이었다 주변의 경관을 보면서 달리는 전차의 신기함이 어린 눈에는 아주 큰 나들이로 여겨졌다 출장 다녀오신 아버지의 두 손 가득 들려있던 버터사탕 호두과자 등 단 것을 달고 먹어서인지 이빨이 자주 썩었고 이빨 치료를 위해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대청동 치과에 가기 위해 동생과 엄마 셋이서 자주 전차를 타고 갔다 치과치료의 고통은 순간이고 전차를 타는 재미에 빠져 치과 가는 날들을 기다리곤 했다

지금은 지하철 타는 것을 싫어한다 전 구간이 지하로 이루어진 부산 1호선은 복잡하고 답답한 느낌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지하철이 깨끗하고 편리하고 값싸고 빠르다고 한다 이 점에는 완전 공감을 하지만 지상구간이 없어서 꼭 탈 일이 아니면 지하철을 찾아 타지는 않는다 

지하철과 전철은 당대의 환경 속에서 보면 서민들에게는 요긴한 교통수단이다 전철에 얽힌 추억과 기억들을 찾는 것은 이제 아련하기만 하다 너무 바쁘게 세상을 살아왔고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자신의 나이 속도로 시간이 지나간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젊은 날의 시간들이 2배속이나 3배속 정도로 지나간 느낌이다 오히려 지금의 날들은 정배속으로 지나간다는 느낌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전차를 보면서 문득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전차를 타고 가면서 놓친 수많은 풍경들만큼이나 내 생애를 스치고 지나간 내가 놓친 부분들 삶의 속도 바라보지 못하고 사라진 그 무엇에 대하여 그것들은 내게 무엇이었으며 무엇이고 싶었을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갈미조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