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살이 불佛
극락암 삼소굴 뒷산 자락에
평상심으로 앉은 감나무.
법문을 듣고 자라서인지
오랜 수령에 푸른 감 많이도 달았다
삭고 썩은 가지마다
불경소리 훈습으로 남고.
가지에 걸린 노을 검붉은 기운이 힘차다
BTN-TV방송에서는
경봉대종사 열반 34주기 다례제가 한창이다.
바람 불자
‘파파팟’ 햇살이 일고 초록이 悟道頌을 왼다.
노승 발길 닿았던 곳마다
우두두 풋감이 따라나서고
眞如의 빛보다
먼저 저 풋 것이 길을 여나 했더니
옴도 감도, 남도 멸도 없다.
임제선사 ‘喝’ 똥 작대기 휘이익- 뇌리를 친다
그날도 혼자 통도사를 찾았다 왠지 극락암에 가고 싶어 차를 그리로 몰았다 어떤 행사도 없어 고요하기 그지없는 절간 입구에 차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절집 산 들머리에 놓인 평상 옆 감나무가 나이를 먹어 군데군데 파여 있다 오래되면 감나무는 검버섯도 핀다 사람처럼, 사람 옆에 살아서일까 사람이 심어서일까 심은 사람 곁으로 갈 때가 되어서일까 오래된 감나무를 바라보면서 별의별 생각을 하는데, 불경소리가 들렸다 평상에 앉아서 감나무가 되어 보기로 했다
한참을 듣다 위를 쳐다보니 푸른 하늘과 잘 어우러진 감나무에 달린 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를 먹어 더 이상 감을 달기에는 무리로 보였는데, 꽤 많은 감을 달았다 불경소리를 오래 듣고 절 밥을 먹다 보니 나이도 잊었나 보다
집으로 돌아와 tv 채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는 습으로 돌리다 돌리다 보니 마침 종교방송에서 경봉 스님 다례제를 재방송으로 중개 중이다 잠시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나의 머릿속은 조금 전에 있던 극락암의 평상에 가 앉았다
극락암에서 진리를 찾던 스님을 재방 tv 만나다니 이게 우연일까 난 경봉 스님을 만나러 간 것도 아니고 그냥 극락암 평상 옆에 감나무만 쳐다보고 왔는데, 그 감나무가 경봉 스님 모시고 더부살이하는 부처였는데 내가 몰라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