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기다림
어릴 적 살던 동네
길모퉁이 첫 집 앞에는
종일토록 머리를 휘저으며 서 있던
사내 하나 있었다
신방新房꾸몄던 집 앞에 서서
아침이면
신부의 죽음을 온몸으로 슬퍼하다가
밤이면 어디론가 사라졌던 사내
추운 어느 밤
그 집 앞에 서서 얼어 죽은 그 사내
죽어서도 신부를 기다린다
아주 오래된 일이다 내가 살던 동네 입구의 복개천을 끼고 지은 집에 어느 날 문득 낯선 남자가 찾아들었다 그 남자는 외항선을 타는 남편을 둔 내 친구의 고모 집 앞에서 해가 뜨면 왔다가 해가 지면 떠나가며 낮동안은 종일 서 있다가 가곤 했다
친구의 고모는 빼어난 미모로 동네에서도 꽤 유명하던 터였기 때문에 많은 소문들이 돌고 돌았다 그 남자는 해가 뜨면 그 집 대문 옆에 보초병처럼 서서 온몸을 흔들며 마치 병든 짐승처럼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학교 가는 지름길인 줄 알지만 그 길로는 가지 않고 먼 길을 돌아서 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그 남자는 나쁜 짓을 하거나 이상한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친구 고모만 보면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조금 간이 커진 다음에는 그 남자를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좀 떨어져서 그 앞을 지나기도 하고 친구 고모가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욕을 퍼붓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기도 했다 친구 고모는 그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가라고 욕을 퍼붓고 빨래판을 가지고 와서 등판을 때리기도 하고 물을 붓기도 하고 밀가루를 붓기도 하고 날마다 다른 방법으로 그 남자를 괴롭혀도 그 남자는 친구 고모의 집에서 꼼짝달싹을 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며 온몸을 흔들고 머리를 돌리는 이상한 행동을 반복했다
한 번은 외항선을 타던 친구 고모의 남편이 돌아왔다 동네가 떠들썩하게 남자를 쫓아내려고 했지만 꿈쩍하지 않자 경찰을 불러 그 남자를 끌고 가게 했다 그러고는 한동안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쉬었던 친구 고모의 남편은 다시 외항선을 타러 떠났고 그다음 날부터 다시 그 남자가 나타났다 경찰을 불러도 며칠 못 가서 다시 나타나서는 이상한 몸짓을 하면서 온몸을 흔들고 머리를 돌리는 행동을 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쓰러져 있는 그 남자를 봤다. 동네 사람들이 혀를 차면서 빙 둘러 싸고 있었고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죽은 것 같았다 사람들은 신고로 경찰이 나타났고 리어카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그 남자를 싣고 사라졌다
꽤 오랫동안 사람들은 그 남자의 소식이 궁금해했고, 그 남자가 있을 때에도 잘만 견디던 친구 고모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오르내리자 결국 견디다 못해 이사를 갔다 끝내 그 남자와 무슨 관계였는지 알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옛 애인이다 전 남편이다 첫사랑이다 어떤 사람은 그 집에 신접살림하던 새신랑이었다 라며 의견이 분분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