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 솔숲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아시다시피我詩多詩彼』(아시我詩 내가 쓴 시, 다시多詩 수많은 시를, 피彼그대에게)





바람막이 솔숲





바다와 땅 사이쯤 모래사장에는

바닷바람을 막는 솔숲이 있다


늦여름 초가을 어중간한 때에는

찬바람을 막는 바람막이를 입는다


찬 사람과 따뜻한 사람

그 사이에 흐르는

바람을 막는 사람이 한 둘은 늘 있다




바닷가 마을에 가면 어디나 할 것 없이 방풍림이 있고 그 뒤에 마을이 있다 해운대 송정 기장 앞바다에도 해변은 해풍을 막는 송림이 있고 하동 섬진강에 가면 강바람을 막는 송림이 있고 지금은 정동진 바닷바람을 막는 솔숲을 앞에 두고 살아간다

지금껏 방풍림을 예사로 봐 왔다 하지만 방풍림은 바닷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지나다니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방풍림을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는 않게 되었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방풍림 같은 사람이 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누구나 '아- 그 사람' 하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친구가 여러 명 어떤 그룹에 속한다 하더라도 꼭 그런 사람이 한 둘은 있다 한 가족 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반드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떤 기질이 있고 그 기질이 잘 맞지 않는 관계와 잘 맞는 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결혼을 하고 각성바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집살이의 경우에는 더욱 예외가 없다 성씨가 다른 식구가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서로 잘 통하거나 전혀 통하지 않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유독 그런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연하게 잘 처리하는 사람들이 어느 단체든 꼭 한 둘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어떤 일이 생기면 협상가의 능력을 보여주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꽤 여러 번 있다 나는 그런 역할을 잘 하지 못한다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부러운 능력을 가진 사람을 시의 소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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