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바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아시다시피我詩多詩彼』(아시我詩 내가 쓴 시, 다시多詩 수많은 시를, 피彼그대에게)




노을바람




시간의 갈빗대에서 서성이는 바람

산발한 기억과 바퀴 달린 말들이

주렁주렁 무표정으로 걸려 있다.


해가 지지 않는 하늘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내며 날 따라 온다

실핏줄 다 드러낸 석양은 밤을 재촉한다.


새벽 네 시를 껴안은 꿈이

둥둥 떠오른다

별을 헤던 분홍 입술이 허공을 끌어낸다


오늘도 밤은 벌건 낮이 되고

홀로 노을바람이 낯선 길을 나선다





지금도 어중간한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밤을 홀랑 날려버린다 그렇다고 홀랑샌 밤의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말짱하지도 않다 다만 잠은 오지 않고 집중은 안되고 뭔가 반쯤 정신이 꿈으로 들어간 상태?라고 해야 옳다

학창시절에는 커피를 마시고 잠을 줄여 벼락치기 공부하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저녁에 진한 커피를 마시고 밤을 꼴딱 새고 시험을 치기도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뭘 공부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고 받아 든 시험지를 보면서 머릿 속이 새하얗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후에는 저녁 커피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그 습관이 꽤 오랜 세월 이어져 왔고, 녹차는 괜찮겠지 홍차는 콜라는 괜찮겠지 하면서 마셔 본 결과 다들 안괜찮았다 그런데 피자에 따라오는 콜라의 유혹을 떨칠 수는 없을 때가 많았고, 가끔 그 유혹에 넘어간 날은 피자와 콜라를 먹고 밤잠을 설치기 한다

한 때는 매일 식사 후에는 한두잔 이상 아침 점심때 마시던 커피를 먹지 않고 지나가면 극심한 두통이 일기도 했다 생각없이 식전 빈 속에 커피를 폼나게 마셨다 하면 하루종일 속을 갉아 내는 듯 아파오기도 하고 했다

식후에 마신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카페인의 금단현상인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알면서도 여전히 카페인을 먹고 있고 이에 대한 습관에 언제나 각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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