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我詩多詩彼』(아시我詩 내가 쓴 시, 다시多詩 수많은 시를, 피彼그대에게)
*tacet, tac. 그리고 진도 5.8
오늘을 여는 손끝에 닿는 지진. p파가 낯설다.
지진 발생 6시간 전 에어로졸이 숭어떼를 자극하고 몸속에 흐르는 세로토닌. 갈비 구름으로 하늘 뒤덮고 개미더듬이는 광안리 모래사장을 줄지어간다. 모스크바에서 일본 지진을 느낀 덤불 여치의 촉수. 쓰쵠성 지진이 일어나기 전, 단무마을 두꺼비떼는 죽음을 불사하고 한 방향으로 갔다지. 열린 지각의 문 아래는 유라시아 판구조 모랑단층 울산 단층 양산단층 동래 단층 P파의 초동 운동 방향으로 서 있는 이 자리 진원 방향으로 따라가는 발끝이 떨리고 살갗이 낯설다
큰 진폭으로 더운 열기가 몸짓하며 다가온 지진파 콩팥 한쪽 떠나보낸 활성단층. 哀悼 없는 사랑으로 오래전에 너를 떠나보냈다. 남은 한쪽의 콩팥, 너를 혹사시켰다 설산 같은 두려움 멈춤과 진동 에너지를 번갈아 방출하며 두서없이 살아온 삶 엉금엉금 힘들게 걷던 내 몸을 외면했다 미끄러지고 되튕기며 진동하고 뒤틀리며 상처 입은 나. p파와 s파가 모두 사라지고 지진운도 떠나간 오후. 뭉게구름 속에서 푸른 콩팥 한덩이. 익숙한 발길로 집을 찾는다.
방위각 입사각으로 지진계에 기록된 진앙의 위치 겹겹이 포개진 마음, 송두리째 협곡 속에서 살아남은 험준한 주름살이 단층을 지운다, 나의 떠나보낸 왼쪽 콩팥처럼 단층이 허물어진다 진앙의 거리 굽이굽이 낯선 통증을 희망으로 날 세워온 몸에 미안하다 진도 2.2 기상청보다 먼저 감지한 지진멀미 튼튼한 판 구조물 하나 덧대 야물게 기울어져도 내 삶에 더 이상 지진 없다
* tacet, tac :관현악 악기에서 한 성부가 일시적으로 ‘침묵’하기
오래전 경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마침 그때 포항에서 지진이 크게 났고 돌아와야 하는지 그대로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여행을 하기에는 여건들이 여의치 않았고, 그럼에도 오랜만에 휴가 내어 예약한 호텔방과 기타 여러 일정들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원자력 발전소에 일하는 친구며 지질학을 연구한 지인에게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여진에 대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진단 진행 여부에 대해 문의를 하면서 일정을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여차하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지진의 진앙지에서 정말 가까운 곳에서 지진과 여진을 경험했다 두려움의 연속이고 스릴 넘치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면서 더 오래전에 방파제에서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고 콩팥 한쪽을 떼어내야 했던 일들이 겹쳐 생각났다 그 생각들을 하나의 시에 섞어 정리하고 되새기면서 내 인생의 지진 내 몸에 일어난 인위적인 지진과 포항 지진을 겹쳐 가며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