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我詩多詩彼』(아시我詩 내가 쓴 시, 다시多詩 수많은 시를, 피彼그대에게)
달팽이길
더듬이 앞세우고 길을 간다
와우각상, 좁은 세상이지만
세로로 선 담벼락도
가로로 누운 칼날도 지나간다
끈끈한 정은 완곡한 길이 된다
패랭이 춤추는 아이의 발길처럼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삶
아주 먼 곳이라도 갈 수만 있다면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그 사람이 있다면
달팽이 따라가는
순음純音이 되어 길을 나선다
어느 해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니 유독 그 해는 달팽이가 많이 나왔다 비가 내리면 달팽이가 베란다 바닥을 제 집처럼 패각을 등에 얹고 유영하며 새끼 달팽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농악대를 따라다니는 어린아이 모습을 연상하게 되었고 낯선길을 신기해 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달팽이의 시각으로 베란다 바닥을 바라보곤 했다
달팽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길이라면 어디든 끝없이 달려갈 것 같은 기세로 기어가는 달팽이들의 행렬을 모습을 보면서 비 내리는 날 축축한 베란다 바닥을 신바람 나게 달리며 어린 달팽이의 눈에 세상은 얼마나 낯설고 설레는 곳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떻게 펼쳐지고 그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