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밥나무의 이력, 악상기호와 함께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아시다시피我詩多詩彼』(아시我詩 내가 쓴 시, 다시多詩 수많은 시를, 피彼그대에게)




이밥나무의 이력, 악상기호와 함께



병든 어미 마음 아플까(amorevole 애정을 가지고)

제 밥그릇 이밥꽃 수북 담고(alla pollacca 폴로네이즈풍으로)

어미 그릇 쌀밥 소복(agevole 가볍게) 편히 드시게(deciso 똑똑히)

흉년 들자(debile 약하게) 수덕 배곯아 죽고 뒷동산에 묻히네(doloroso 비통하게)

죽어 배곯지 말라고 무덤가 이밥나무 심네.(lacrimoso 비통하게)

이듬해 여름 초입, 이젠 쌀밥 먹는다고 무덤가 흰꽃 피네(eclatant 빛나게)


유진박의 빠른 악상이 밥알처럼 튕겨 달빛 후려친다.(flebile 탄식하듯)


제사음식 만들던 종부(espressivo 풍부하게)

설익었나 밥알 몇 개 입에 넣다 시어미 눈 밖에 나서 목을 매다.(estinto 사라진 듯)

며늘아기 한을 푸는 입하(立夏)목.


가난에 다 쓸려가고 홀로 남은 저녁달.

맹물 밥그릇 흰 달 비쳐 눈으로 먹던 쌀밥꽃


품삯으로 받은 쌀밥 한 그릇

주린 배 움켜쥐고 집 가는 어미(forte 강하게)

산도적 만나 그 밥 지키려 안간힘 쓰는데

음흉한 그놈 당할 재간 없어 버둥대고(fortissimo 더 세게)

그래도 밥 소쿠리 못 내려놓네(lamentabiIle 탄식하듯)

진노한 신 벼락 치네(wirbel 소용돌이) 산도적 바위 되고 어미는

타레가의 맑은 음색의 이밥꽃나무(fine, al fine) 되네


*타레가 : 스페인 기타리스트 복잡한 악곡을 기타 연주가 가능하도록 주법 개발한 음악인




이밥나무는 지방에 따라서는 이밥나무라고도 한다 그 해 꽃이 많이 피면 풍년 적게 피면 흉년을 점쳤다고도 한다 우리의 삶과 밀접했던 나무이다

가로수로 피던 동네에 산 적이 있었다 해마다 5-6월이면 하얀 밥 모양의 꽃이 핀다 이팝나무는 물푸레과의 나무로 꽃이 피면 쌀밥 알갱이를 쏟아부어 놓은 산처럼 나무와 길거리가 온통 하얗다 가로수로 포플러 은행나무 벚나무는 흔히 보지만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본 적은 드물어 이팝꽃이 피는 5월은 밤에도 온통 거리가 환했다

처음에는 이팝인지 조팝인지 헷갈렸고 덕분에 이팝나무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게 되었다

이팝나무의 전설은 보릿고개를 살아온 우리 민족의 배고팠던 일들과 얽혀 더 슬픈 꽃으로 다가왔다 생각 없이 바라봐도 왠지 슬프지만 가난과 배고픔이 더해진 그리고 밥을 배불리 먹고 부자로 살고 싶다는 열망을 더한 꽃이라는 게 꽃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묘한 감정들이 일어나곤 했다

이팝나무 꽃이 지면 길거리는 살짝 누런 밥꽃으로 꽤 소복하게 쌓인다 하얀 눈처럼 쌓이지는 않는다 마치 며칠 지나 눌어붙은 밥솥밥 알갱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팝꽃이 핀 밤거리를 가로등 없이 걸으면서 밥과 얽힌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시는 이팝나무 가루수 길을 걸으면서 이팝나무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접하면서 이팝이 가진 전설이나 꽃말을 토대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