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서와, 詩詩한 내 벗』







강에는 쌓이지 않는 눈이 내 가슴에 쌓인다

지나온 날들 모두 덮고 나를 위한 세상 하얗게 연다

지금 내가 나인 것은 그대 사랑 덕분이다


조용히 내리던 그대 이제 내 가슴에 쌓인다

나아갈 길 환히 열리고 어둠은 사라진다

지금 그대 눈동자 속에서 배꽃이 핀다



한 때는 먹고 사는 일을 위해서 너무 바쁘게 살았다 지나고 보면 정말 먹고사는 일외에는 어떤 부를 축척한 것도 아니고 뭔가 큰 명예를 얻은 것도 아니고 그저 소시민으로 소소하게 살면서 왜 그렇게 바쁘게 정신없이 살았을까 살아가는 방법과 요령을 너무 몰랐다

육신이 너무 바빠서 정신이 따라올 틈이 없었던 세월을 보냈다 그런 세월을 꽤 오래 살아오면서 뒤돌아봐도 주머니에 남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나름 잘 살아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남에게 폐 안끼치려고 무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어리석었다 폐를 좀 끼치고 살아도 되고, 먹고 사는데 주구장창 열심이지 않아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 있을텐데 왜 그렇게 어리석에 살았던지 모르겠다

가끔씩 쉬어가며 놀아가며 뒤돌아봐 가며 천천히 차분하게 지금처럼 하루를 산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닥달하는 사람도 없는데, 늘 시간과 상황에 후달리며 뜀박질하며 나를 재촉하며 살아왔다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고 함께 해 온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지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알듯이 앞으로의 내 삶도 그러리라는 것도 안다

사람에 대한 배신과 믿음은 종이 한장 차이이다 그 종이 한장은 바로 내 마음이다 종이의 어떤 면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끔 정말 정신 없이 살던 때를 여유있게 되돌아보게 되었다 왜 그리 살아야만 했을까 과연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어리석음 때문이었을까 숲에서 길을 잃어서일까 혹은 너무 깊은 숲이라 보이지 않아서 일까

아무튼 이제는 그럴 일도 없겠지만 정말 바쁘게 살다가 잠시 숨을 돌리던 시절 쓴 시들을 다시 보니 그 날들이 생각난다 과거를 되짚은 일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되짚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쓴 시를 읽을 때가 바로 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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